#이달 말 8년 임기 종료…43년 최장수 한은맨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영” 강조
#”8년 임기 중 코로나19 시기 가장 기억에 남아”
#”이창용 후보, 여러 면서 출중…저보다 뛰어나”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말 8년간의 임기를 앞둔 마지막 공식석상에서도 항상 언급해 온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영’을 강조했다.
이 총재의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진행된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당부의 한마디를 남겨 달라는 기자들의 청에 “제가 총재 부임하면서 마음에 새기고 다짐했던 것이,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국민의로부터의 신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총재직을 수행하면서 하나의 큰 기준을 마음에 두고 업무에 임했다. 그런데 이 신뢰라는 것은 그냥 말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서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장과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했다. 이어 부총재(3년) 재임 때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서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했고, 총재를 연임하며 8년 동안 금통위 의장으로서 통화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정권 교체에도 처음으로 연임한 총재’, ’43년 한국은행 최장수 근무’ 등의 기록을 남겼는데, 특히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17년간 참석하기도 한 통화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정확한 경제상황 진단과 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더욱이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들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지난 8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재임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했다가 1.2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
이 총재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매파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우선하는 비둘기파도 아닌 중도파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그는 “통화정책은 경기변동과 금융불균 위험 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게 정책의 기본이다. 거기에 맞춰 금리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누구는 비둘기파, 누구는 매파 이렇게 규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 총재는 3월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5월28일 추가 인하를 통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췄다. 이후 이 총재는 2021년 8월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서 주목받았다. 블룸버그 출신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해 11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연준이 말만 하고 있을 때, 한은은 행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8년간의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를 ‘코로나19 시기’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고 2년간의 모든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앞으로도 제일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금통위원과 임직원들, 바깥으로는 이제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관계기관장들과 아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하고 그랬던 일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 고심의 산물로 저희들이 전례 없는 정책수단을 동원을 했고 다행히 그런 정책대응의 효과과 나타나서 금융시장이 빠르게 불안이 진정되고 경제 회복이 가시화됐다. 이후의 고민은 초완화적인 정책을 언제 되돌리냐, 언제 정상화시키냐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며 외환시장에 긴장감이 감돌았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를 발표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한 이 총재에게 이례적으로 두 번에 걸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저희들이 한미통화수와프를 체결을 했던 게 우리 금융시장 안정에 하나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걸 체결했을 때 안도감이라고 할까, 뭐 그런 것(감정)을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몇 가지를 제언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그러면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정해 나갈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 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제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와 세계 중앙은행·국제기구와의 더 많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총재는 이창용 총재 지명자에 대해 “후임 총재 지명자는 학식, 정책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하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라고 본다. 그래서 조언을 드릴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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