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 본격화하나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대형 은행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투자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사가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에 나서면서 업계의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캐피탈을 통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투자는 신한캐피탈이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신한캐피탈 벤처펀드가 코빗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투자 규모 등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2013년 출범한 코빗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과 함께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힌다. 현재 넥슨 지주사인 NXC와 SK스퀘어가 각각 48%(자회사 포함 64%), 35% 지분을 보유해 1·2대 주주로 있다.
신한금융은 코빗과 4년 이상 협력해왔다. 신한은행은 2018년부터 코빗과 계약을 맺고 암호화폐 거래에 필요한 실명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앞서 암호화폐와 관련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 위탁관리 시장 진출을 위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투자에도 코빗과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다른 금융사들도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해치립스, 해시트와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에는 KB인베스트먼트가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에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 디지털 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9월 디지털자산 위탁관리 합작법인인 카르도를 설립하고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농협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실명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관련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아 은행권의 직접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관련 사업에 투자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지 못한 이유는 현 제도상 가상자산사업자 허가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전통 금융사에 사업자 허가를 내줄 경우 자칫하면 가상자산 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해석의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합작법인 혹은 지분투자의 형태의 간접 진출 방법이 최선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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