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웹3(Web3) 관련 프로젝트가 올해의 투자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소프트뱅크, 싱가포르 테마섹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콘센시스(ConsenSys)에 4억 5000만 달러의 신규 투자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콘센시스의 주요 상품은 메타마스크다. 통계에 의하면 메타마스크 월간 액티브 유저(MAU)는 3000만 명이 넘는다.
다음 날인 3월 17일에는 벤처 캐피털 스파르탄 그룹(The Spartan Group)이 1억 달러 규모의 웹3 펀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캐피털인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도 이달에만 수 차례 웹3 투자에 등장했다. 2021년에는 블록체인 기업 폴리곤(Polygon)에 4억 5천만 달러 투자를 주도하더니 올들어서는 지난 3월 9일 웹3 전자계약 플랫폼 ‘에스사인(EthSign)’의 씨드 라운드에 1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틀 앞선 3월 7일에는 웹3 개인정보 보호 전문시스템 기업 ‘에스프레소 시스템스(Espresso Systems)’의 3200만 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세콰이어는 지난 달 6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전용 펀드도 조용히 출범시켰다. ‘세콰이어 크립토 펀드’는 유동성 토큰과 디지털 자산에 특별히 사용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웹3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될 것으로 여겨진다.
펀드 책임자인 미쉘 베일러(Michelle Bailhe)는 “사람들이 PC에서 모바일 인터넷으로 이동한 것처럼, 게임이나 소비활동, 라이브 쇼핑이든 모두 웹3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VC들이 웹3에 얼마나 투자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72년 설립돼 에너지, 금융, 인터넷 등에 투자해왔던 거대 VC 세콰이어가 솔선수범해서 차세대 최첨단 인터넷 기술 투자를 이끌고 있다.
# “VC는 이미 웹3 쟁탈전”
보다 공격적으로 나선 업체는 또 다른 실리콘 밸리 벤처 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다. 지난 3월 17일, a16z와 해시드, FTX벤처스 등은 메타(前페이스북) 출신이 설립한 앱토스(Aptos)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월 a16z는 45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이 중 10억 달러를 웹3 분야에 대한 씨드 투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2022년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웹3 시장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웹3는 본격적인 봄을 맞이한 것일까?
# 현재는 웹2.0 시대…웹3는 무엇?
웹3를 이해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일반적인 설명은 이렇다. 웹1.0은 정보 읽기만 가능한 일방향 정보 전달의 시대였다. 2004년 이전의 인터넷을 말하고 당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었으며 그것은 야후,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 제공했다.
웹2.0은 정보를 읽고, 쓰고, 교류도 가능한 지금의 시대를 말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웹2.0 서비스들이다.
2004년 이후 인터넷은 웹2.0 시대에 접어 들었고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사용자에 의해 생산되었고, 기업들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용자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배치하거나 배포하려 노력해왔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개인이나 콘텐트 제작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최대 수혜자는 구글, 네이버, 메타 같은 플랫폼 운영사들이다.
포털과 SNS 사용자는 본인도 모르게 대기업의 수익성 있는 도구가 되었고 개인정보나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일상이 되었다. 빅 데이터 킬링, 사생활 침해, 유도성 광고에 문제가 있음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인터넷 데이터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터넷 플랫폼들도 사용자 데이터와 개인정보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거는 청문회에 나가야 했고 애플은 IDFA 엑세스 권한을 사용자에게 이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데이터 권력을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 수록 커지고 있다.
2015년 월드와이트앱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등은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목표로 웹3.0을 제안했다. ‘탈중앙화’를 지향하고 개인정보는 개인이 스스로 보관할 수 있도록 양도하며 사용자는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보낼 수도 있고 보류할 수도 있으며, 데이터는 암호화돼 유출될 수 없고 유출되더라도 추적할 수 있다는 것 등이 핵심 개념이었다.
이런 개념은 거대 IT기업이 지배하는 웹2.0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웹3은 개인화, 지능화된 웹으로 진화해 개인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데이터와 정보 소유도 개인이 중심이 되며 여기에 ‘탈중앙화’라는 개념이 포함된 차세대 인터넷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웹3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보니 웹3를 표방하는 서비스라도 2.0과 3.0이 혼재된 상태다. 대표적인 게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Opensea)다. 오픈씨의 경우 창작자들이 플랫폼에 작품을 내놓고 그것이 팔리면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전자상거래와 탈중앙화 거래 모델이 결합된 형태다.
2021년 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오픈씨(Opensea)의 거래액도 급증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8월에만 월간 거래액이 34억 달러를 초과했다. 앞서 오픈씨는 15억 달러라는 ‘낮은 평가 가치’로 a16z, 코인베이스(Coinbase) 등의 유명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었다.
현재 해외 VC들의 NFT 투자는 활발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다. 브리지워터, 세쿼이아캐피털, VISA 등은 물론 해시드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NFT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 실리콘밸리 인플루언서들, 트위터에서 웹3 난타전
VC들은 웹3 관련 스타트업을 고급스럽고 마법같은 개념으로 포장해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전통 기업들도 하나 둘 웹3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청난 자본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웹3를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웹3는 탈중앙화, 개인의 콘텐트 소유가 핵심인데, 막상 VC들의 행태를 보니 거리가 멀어보였기 때문일까?
전 트위터(Twitter) CEO 잭 도시(Jack Dorsey)는 “우리는 웹3를 갖지 못했는데 VC와 그들의 파트너(LP)는 소유하고 있다. 웹3는 궁극적으로 중앙화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웹3는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면서 “웹3를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는가? 나는 본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잭 도시는 머스크의 트윗 아래에 “a와 z 사이에 있다”라는 댓글을 달면서 웹3가 a16z의 놀이터가 됐음을 암시했다.
a16z의 파트너인 크리스 딕슨(Chris Dixon)도 반격을 잊지 않았다. 이후 잭 도시는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a16z 설립자 마크 앤더슨을 차단했고 앤더슨도 이를 용납치 않고 직접 잭 도시를 차단했다.
# 웹3는 미래, 지금은 표준에 근접한 서비스 ‘없다’
이에 대해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책임자는 “웹3는 의견이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개념이다. 소위 웹3를 표방하는 많은 프로젝트이 본질적으로 탈중앙화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고, 웹2와 웹3가 혼재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개발자는 “현재 웹3 프로젝트 대부분은 웹2.5로 간주하는 게 맞다”면서 “데이터 컴퓨팅의 기본 레이어가 웹3의 발전을 제한하고 있고, 블록체인의 핵심 기초인 ‘탈(脫)체인 컴퓨팅’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현재의 합의 메커니즘과 크로스체인은 웹3의 표준에 한참 못미치는 게 현실이다. 5년 안에 실현되면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VC들은 웹3가 당장 현실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개발 상황에는 획기적인 진전이 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웹3 표준에 근접하는 서비스가 지금은 없다. 그럼에도 유명 VC가 투자한 웹3 프로젝트는 어김없이 거래소에 상장되고 NFT만 발행해도 곧바로 수 십 배씩 뻥튀기 된다.
혹자는 웹3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라 유명 VC가 투자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도 지적한다. 진정한 웹3의 봄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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