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연준이 금리를 올린 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주식시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데요. 연준과 벌이는 이 위험한 ‘신뢰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 이례적인 주가 상승
지난 3월 16일 연준은 기준 금리를 25bp(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열흘 동안 S&P500 지수는 6.6% 올랐습니다.
16일 이후 미국 주식은 이틀을 빼고 모두 올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급등 악재를 무색케 합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됐는데 이런 식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전례가 없습니다.
유사한 경우가 딱 한 번 있습니다. 과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열흘 동안 주가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1999년 6월 30일 연준이 금리를 5년만에 처음으로 올렸는데요. 이 때도 주가가 열흘 사이에 3.8% 상승했습니다. 주식시장은 그후 어떻게 됐을까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가 뒤따랐습니다.
# 주가는 왜 오르나?
첫째, 공포감이 씻겨 나갔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은 이미 낮아질 만큼 낮아졌습니다. 버티던 개인들이 손절하고 시장을 벗어나자 가격이 오른 겁니다.
둘째, 올해 기업 실적 전망이 올라갔습니다. 전쟁이 터졌지만 어닝시즌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작년 만큼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양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금리 인상 직후 이른바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것이죠.
셋째, 연준과 신뢰게임에 들어간 겁니다. 연준이 물가를 잡아준다니 오히려 주식을 사자는 거죠.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득이 된다는 계산입니다.
스위스쿼트의 수석 분석가 아이펙 오즈카데스카야는 “파월 의장이 물가 바람을 막아준다는 것은 좋은 뉴스”라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 연준, “어 이거 봐라?”
주식시장의 이같은 반응을 연준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브레이크를 잡아서 경제 속도를 늦추는 겁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계속 달린다면 연준은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브레이크를 더 강하게, 여러 차례 밟게 되는 거죠.
퀀트 인사이트의 수석 전략가 휴 로버트는 “주가 상승은 금융시장을 바짝 조이려는 연준의 의도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며 “연준을 더욱 매파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골드만, 두 차례 50bp 인상…시티, 네번 50bp 인상
월가도 눈치를 채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이 지금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거죠.
골드만삭스는 5월, 6월 회의에서 연준이 연속해서 50bp 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티그룹은 한술 더 떠서 네 번 연속 50bp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 채권시장, 파월 의장의 ‘소프트 랜딩’ 믿지 않아
채권시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2년부터 30년까지 채권수익률이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특히 만기가 짧은 채권 금리가 빠르게 상승 중입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강하다. 고용시장도 강하다. 물가가 높으니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는데요. 앞에 두 가지 조건 “강한 경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심지어 물가를 잡겠다는 말도 의심합니다. 채권 수익률이 반영돼 있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계속 올라갑니다.
파월 의장 말처럼 금리를 올려서 물가가 잡히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가는 것을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시나리오는 힘들다는 것이 채권시장의 생각입니다.
#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
2년 만기 금리와 10년 만기 금리가 너무 붙어 있습니다. 소프트 랜딩이 맞다면 이 간격이 벌어져야 합니다.
길게 놓고 보면 미국 경제가 활황일테니까, 장기 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야합니다. 장단기 금리가 붙었다는 것은 파월 의장의 말을 채권시장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2년-10년 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말 2년 금리는 2.9%, 10년 금리는 2.7%로 예상합니다. 20bp 역전이 되는거죠.
골드만은 이 정도 금리 역전만으로는 경기 침체로 간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이 더 빨리 오고, 더 깊어지면 경치 침체 가능성은 높아지는 겁니다.
#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금의 사례
연준의 의도와 달리 인플레도 잡지 못하고 경기가 힘들어지는 경제 위기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요?
금융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가장 비슷한 사례가 2008년 금융위기인데요. 물론 이 때 인플레는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암호화폐는 이제 막 자산으로 인정 받은 상태여서 14년전 당시 움직임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금 가격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참고가 될 수 있겠습니다.
금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발발 직후부터 2년 간 180% 가격이 상승합니다.(파란색 박스) 위기에 강한 자산인 것은 분명하죠.
다른 자산, 예를 들어 주가도 위기에서 벗어나자 많이 오르기는 했습니다.
결국 주식시장이 벌이는 위험한 신뢰 게임에 동참하느냐, 채권시장이 보는 우울한 경기 전망에 동조하느냐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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