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무단 도용 이어져
NFT시장 성장과 함께 불법 NFT 규모도 커져
“NFT 정의 모호해…법적 규제 어려운 상황”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과 아티스트들이 NFT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단 도용과 스캠 등 디지털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NFT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 규제나 법령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 선옹은 트위터에 자신의 작품이 무단으로 도용돼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옹 작가의 작품인 ‘하얀까마귀 여왕’을 무단 도용해 ‘TG Angel’이라는 NFT로 오픈씨 거래 목록에 올렸다.
심지어 ‘TG FAME’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과 오픈씨 컬렉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계정의 트위터 팔로우는 1만명이나 된다.
오픈씨에서 문제의 NFT는 이용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TG FAME이 운영하는 NFT 컬렉션은 여전히 오픈씨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제각기 스타일의 다른 그림으로 모두 출처가 불분명한 그림들이다.
선옹(선재)작가가 지난 27일 게재한 트위터 게시물. (사진=선옹/선재 작가 트위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NFT 무단 도용 피해 사례는 개인 작가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들도 NFT 시장의 무법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일 라인프렌즈는 공식 SNS를 통해 IPX(구 라인프렌즈) NFT 불법 도용 관련 안내 공지를 게재한 바 있다. 라인프렌즈는 “최근 IPX(구 라인프렌즈)의 캐릭터 지식재산권(IP)들이 국내외 업체들을 통해 NFT로 발행,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현재 당사는 IPX 혹은 라인프렌즈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NFT를 발행한 적이 없으며 법적인 파트너십, 제휴 등으로 IP 사용을 허락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NFT 데이터 분석기업 논펑저블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4000만달러(약 496억원)에서 2020년 3억3000만달러(약 4092억원)로 8배가량 성장한 뒤 지난해에는 1분기 기준 20억달러(약 2조4800억원) 규모로 대폭 성장했다. 아울러 오는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56억달러(약 6조9412억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NFT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 중이지만 거래 플랫폼에서 이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NFT 거래 플랫폼은 ‘오픈씨(Open Sea)’다. 오픈씨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올리고 판매와 구매를 할 수 있다. 이런 오픈마켓 형식에서 오픈씨는 단지 플랫폼만 제공해주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오픈씨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NFT를 발견하더라도 원작자가 직접 오픈씨 측으로 무단 도용한 NFT에 대한 게재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특히, 오픈씨는 해외 거래소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 소송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에 대응하기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또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NFT 성격에 대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적 단속이나 규제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국내외 금융당국은 일반적인 NFT를 가상자산의 범주에서 제외한 바 있다. NFT가 상호교환성이 없고 결제 목적이 아닌 수집용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가상자산의 성격에 따라 증권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규제하고 있으나 NFT는 아직 관할이 명확하지 않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NFT는 한정적인 교환수단이며 쉽게 교환이 불가하다는 특성이 있어 NFT를 가상자산의 범위에서 제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에서 일반적인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며 수천만개 이상의 NFT를 발행해 화폐나 투자수단으로 쓰이는 경우에 가상자산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말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 동향과 규제 논의 보고서를 통해 “NFT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 관련 법제도가 미비하다”며 “시장과 글로벌 규제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NFT 관련 보고서에서 “아직까지는 NFT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으로 NFT를 하나의 단일한 법령으로 규제하기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NFT관련 영업행위 질서를 규정하기 위한 업권법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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