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개월째 3%대↑…우크라 사태 이달 지표 반영
#평균 휘발유 가격ℓ당 2000원↑…가공식품 가격 상승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 압력 높여
#오는 5일 유류세 인하 폭 20→30% 확대여부 결정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충격’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년 만에 4%대까지 치솟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과 급등한 국제 국물 가격 등도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물가는 고공 행진하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 둔화 조짐까지 보이자 정부는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3월 물가는 석유류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대외여건 불확실성은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서더니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영향이 5일 발표되는 지표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이 차관의 발언은 3월 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을 넘어 2011년 12월(4.2%) 이후 10여 년 만에 4%대까지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불안정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상방 압력도 거세진 셈이다.
실제 3월 평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11달러로 2월 평균 92달러 대비 20.3% 상승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도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확인 결과 1일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64원을 보였다.
날뛰는 곡물 가격도 물가 상승의 위험요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t당 377.44달러로 지난해 말(283.20달러)보다 33.27%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지난달 7일에는 작년 말보다 67.89%나 뛴 475.4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른 국내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달부터 반영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월부터 주택용,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서울시 소매요금 기준)을 평균 1.8% 인상했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도 킬로와트시(㎾h)당 6.9원 올렸다. 4인 가구 한 달 평균 약 212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이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가 들썩이자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기간을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고 인하 폭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류세 인하 폭은 현재 20%에서 30%로 확대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0%로 확대하면 휘발유는 현재보다 ℓ당 82원, 경유는 ℓ당 58원 더 내려간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 기준 교통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합해 ℓ당 820원이다. 유류세 20% 인하로 현재 ℓ당 656원 부과되는데 30%로 인하하면 ℓ당 574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도 정부에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추가 인하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유류세 인하 폭 확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인수위 요청대로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할 경우 세수 감소 규모는 20% 때(1조4000억원)보다 7000억원 늘어난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가 오르는 점을 고려해 식품·사료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 또 국제 곡물의 수급 안정화를 위한 신속 수입검사 등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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