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세계 통화 보유액 점유율 점차 낮아져
달러화, 1999년 70% 상회…작년 60%까지 감소
中위안화 포함 기타 통화 작년 10%까지 증가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가장 큰 무기는 달러화다. 달러화는 거의 80년 동안 국제 기본 통화 지위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이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국제통화기금(IMF)의 세르칸 아르스날프와 시마 심슨 벨,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배리 아이켄그린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과 대테러 제재에 돌입한 지난 20년 동안 달러화의 세계 통화 준비금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달러화의 세계 통화 준비금 점유율은 1999년 70%를 상회하다 지난해 약 60%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 위안화를 포함한 기타 통화의 점유율은 1999년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적은 수준에서 지난해 10%까지 증가했다.
현재 세계 통화 준비금은 12조8000억 달러(약 1경5577조6000억원) 상당이다.
국제 금융 부문에 있어 달러화의 강세는 미국에 수십년 동안의 특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달러 접근을 차단해 그들의 경제를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들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6300억 달러(약 767조7810억원) 상당의 외환보유고를 동결시켰다. 이는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인상하고 석유,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할 것을 강요하며 가치가 원상복구 되는 모양새를 띄긴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제재가 미군을 전쟁에 투입하지 않고도 러시아를 위기에 처할 만큼 몰아세울 정도의 위력을 보인 것은 자명하다.
라그후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이러한 미국의 권력을 “대량 파괴의 경제 무기”라고 칭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은 혹여나 러시아와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해 그들의 투자를 미국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다양화하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달러를 무기화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중국은 달러 강세의 시스템에 저항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루블화로 지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가스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및 석유에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는 루블화 지급이란 어려움에 대응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의 대체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1분기는 주요 주가 지수들이 2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지만 2분기에는 적어도 이러한 흐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미국이 달러화 강세라는 특권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 달러와 미국 시장은 여전히 전 세계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많은 시장으로 통한다. 이에 많은 외국 자본이 유입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흐름은 약 1조6500억 달러로 77% 늘었지만 미국에 대한 투자는 114% 증가한 3230억 달러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CNN은 “지난 2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배운 게 있다면 불가능한 건 없다는 것”이라며 불황의 위험이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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