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충격까지 이어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8%를 돌파하는 등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10년물과 20년물에 이어 5년물과 30년물 금리도 7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58%포인트 상승한 2.837%를 기록했다. 전장(2.784%) 기록한 연중 최고 기록을 다시 뛰어 넘었다. 2014년 6월 9일(2.84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장기물도 50년물을 제외하고 모두 3%를 넘어섰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58%포인트 상승한 3.065%를 기록해 지난달 28일(3.031%)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을 넘어섰다.
2014년 9월 11일(3.08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0년물 역시 0.069%포인트 상승한 3.050%를 기록해 지난달 28일(3.009%)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을 넘어섰다. 2014년 9월 29일(3.075%) 이후 가장 높았다.
5년물 국채 금리와 30년물 국채금리는 각 0.077%포인트, 0.136%포인트 상승한 3.019%, 3.020%로 3%를 넘어섰다. 5년물과 30년물이 3%를 넘어선 것은 2014년 6월 12일(3.019%) 이후 7년 10개월만에, 2014년 12월 12일(3.002%) 이후 7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고 3년물과 10년물 간의 장단기 스프레드(금리차)는 0.22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 2019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한은은 이날 장중 2조원 가량의 국채 단순 매입을 실시 하기로 밝혔지만 채권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한은은 오는 5일 국고채 2조원(액면기준)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단순매입 한다고 밝혔다. 세부 종목은 이날 장 마감 후 발표한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시장안정화 조치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이번 단순매입 조치가 금리 변동성 완화와 채권시장 투자심리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국채 금리 급등은 미 연준의 2~3회 0.5%포인트 ‘빅스텝’ 가능성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금리와 국내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 국채 금리 급등시 국내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미 비농업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일(현지시간) 미 채권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이 역전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89%오른 2.389%로 마감했다.
통화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5.48% 오른 2.462%로 마감했다. 역전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초 이후 가장 컸다.
또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의 매파적 발언에 이어, 이승헌 한은 총재 직무대행의 발언 역시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TF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국은행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실화 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해석된 것을 인식한 듯 “우크라이나 사태가 성장에 네거티브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사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며 “매파,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고, 데이터 변화에 따라 어떨 때는 매파가 되기도 하고 비둘기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한은 입장에서 보면 펀더멘탈을 벗어나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월요일에는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저는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그동안 이 후보자가 물가 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며 비둘기파로 인식됐던 가운데, 가계부채 관련 발언이나 국고채 단순매입 발언 등이 매파적으로 비춰져 한은의 올해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승헌 직무대행도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 회의실에서 집행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된 상황”이라며 “이에 더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빠른 정책기조 전환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듯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통위 회의가 예정돼 있어 정책 결정 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므로 보다 철저한 상황분석과 합리적인 전망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제 여건, 금융시장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원자재 가격상승의 국내 파급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물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고 빨라질 것이란 기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후보자의 가계부채 관련 발언들이 원론적인 것이었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매우 매파적인 것으로 해석된 영향이 컸다”며 ” 특히 가계부채를 문제를 금리를 통해 연착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나, 국고채 금리가 올라도 한은이 개입하지 않은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한 것들이 매파적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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