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변동금리 비중 78%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도 여전히 저조
#금융당국, 고정금리·분할상환 확대 유도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선 가운데,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느 것이 유리한 지를 두고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게 나오면서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8%로 전월(3.85%) 보다 0.03%포인트 상승하면서 2013년 3월(3.97%)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시중은행에는 6%를 넘어선 주담대 상품이 등장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1~6.07%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상품인 아파트론의 금리가 4.16~6.07%로 가장 높은 상단을 기록했고, 농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5.12~6.02%로 6%선을 넘겼다.
한은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면 머지않아 7%의 벽을 깨는 주담대 상품도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2월 가계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월(76.3%) 보다 1.7%포인트 늘어난 78%에 달했다.
이는 대출자들은 빌릴 시점에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장 낮은 금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기준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1일 기준 연 3.48~5.236%로 집계됐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에 대한 관심 역시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해 7월 시중은행을 통해 내놓은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금리상한형’과 ‘월상환액 고정형’으로 나뉘는데, 금리상한형은 금리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또는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한다. 즉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 0.75%포인트 이상, 5년간 2%포인트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월상환액 고정형은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액이 늘어나면 원금상환을 줄여 월간 원리금 상환액 총액을 유지해 주는 것으로, 월상환액 고정기간은 10년이다. 이후엔 일반변동금리 대출로 전환하거나 월상환액을 다시 산정된다. 10년간 금리 상승폭은 2%포인트, 연간 1%포인트로 제한된다.
하지만 출시 9개월이 지나도록 소비자들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6일 기준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실적은 123건(110억1600만원)에 불과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싼 금리를 선택하기 마련인데, 현재 은행에서 취급하는 혼합형 금리 상품들의 금리 수준이 금리상승형 보다 대부분 더 낮다”며 “지금이 아무리 금리상승기라 하더라도 대출자 입장에선 당장 가산금리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동금리의 경우 시장금리가 오를 수록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금리 인상폭이 클 수록 변동금리형 대출자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총 18조4000억원 증가하며, 가구당 연 87만6000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할 경우, 가계의 총 이자부담은 연 15조2000억원, 가구당 이자부담은 연 80만원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고정금리 대출 확대 시, 저신용자·저소득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연체·부도율 감소, 자산가치 안정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금융당국도 가계대출의 질적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목표치를 올려 행정 지도에 나선다.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연말까지 52.5%,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60.0%로 전년 대비 2.5% 포인트씩 높였다.
2금융권도 고정금리 비중을 늘려야 한다. 보험업은 연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55%,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67.5%로 전년 대비 각각 2.5% 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상호금융은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중앙회 단위로 기존 40%에서 연말까지 45%로 높이도록 했다.
단 전문가들은 시중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포함한 차주별 대출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볼 순 없단 것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향방을 지켜보면서 대출 기간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대출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라는 것이 계속해서 우상향한다기 보단 물가 등 여건이 안정되면 다시 내려가는 사이클이 반복되기 때문에 대출을 1년 이내 또는 단기간으로 쓰는 경우엔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며 “본인의 대출 기간, 목돈이 들어오는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기존에 받은 대출의 금리 수준과 조건, 대환하려는 상품의 금리 조건을 꼼꼼하게 비교한 후 선택해야 한다”며 “또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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