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자 지급 불허…러시아 “루블화 지급…상환 의무 이행”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제재 수위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에 맞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일 만기가 돌아온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 이자 지급을 불허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정부 거래 은행 JP모건을 통한 결제 승인을 거절, 미국 금융권에서 러시아 정부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에 대한 상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압박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해당 자금을 루블화로 국립결제원 특별 은행 계좌에 송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국채 상환 의무를 완전히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WSJ는 “규정상 허용되지 않지만 채권 보유자들을 빈손으로 두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WSJ는 특별 은행 계좌에 투자자들이 이론상으로는 접근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러시아 중앙 은행이나 재무부 승인이 필요하며 보장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 루블화 국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한 이후 몇년 간의 고통스러운 경제 개혁을 겪어야 했다. 또 러시아가 이번에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블루베이 애셋매니지먼트의 이머징마켓 전략가 티모시 애쉬는 “러시아는 디폴트를 원하지 않는 것을 증명했다”며 “장기적으로 매우 해로운 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국제평가사들은 러시아가 달러로 지급하지 못하면 기술적으로 디폴트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투자자들은 채권이 관리되는 영국 법원에서 돈을 되찾으려고 할 것이고 이 과정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WSJ는 러시아가 전반적으로 러시아 경제 규모의 약 25%에 해당하는 관리 가능한 수준의 외채를 안고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때는 러시아가 외환보유고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전 디폴트와 달리 러시아는 6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제재 정책에 명시된 예외로 매주 석유 및 가스 판매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여 돈은 많지만, 서방의 제재로 인해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미 러시아가 제재로 인해 국제 시장에서 단절돼 공식적인 디폴트가 러시아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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