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통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4%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인 연 1.25%로 올린 바 있다.
지난 2017년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된 이후 처음으로 직전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 없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번 금통위는 지난 3월 말 이주열 한은 총재의 퇴임으로 사상 처음 총재 공석 속에서 열렸다. 비둘기파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 위원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긴축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10년여 만에 4%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31.2%나 상승한 영향이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광범위한 물가상승압력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지만 다수는 0.5%포인트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물가 우려가 높은 만큼 향후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0.5%포인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3~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적 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13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1.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조정폭이다. 캐나다중앙은행(BOC)도 같은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에 내수 회복이 제약될 것이란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전월대비 1.9% 감소했다. 1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대비 0.3% 감소했고, 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3.1로 전월(104.4) 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2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동기 보다 7.6% 늘었고, 백화점 매출액도 5.9% 늘었으나 증가폭은 둔화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2월 수출은 20.6% 늘어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 2월 취업자수도 전년 동월대비 103만7000명 늘었고, 실업률도 3.4%로 전년동월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 실업률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목표로 삼았던 가계부채 증가폭은 둔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대비 19조1000억원(1.0%) 늘어난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 3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1059조원으로 한 달 전 보다 1조원 줄어 사상 첫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월(2000억원) 보다도 감소폭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3월 기준으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감소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5만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4만 8천443명, 누적 확진자 수는 1597만9061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