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 수요일 트위터 이사회 의장 브렛 테일러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트위터 인수에 대한 서류를 보내기 전 이사회에 자신의 뜻을 미리 전달한 것이죠.
“의장님, 저는 밀당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직진합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트위터 이사회
트위터 인수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일 생각이 없으니, 자신의 제안을 받으라는 뜻입니다. 머스크는 주당 54.20 달러를 제시했죠.
이사회가 거절하면 “주주로서 다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련 없이 주식을 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주식을 팔면, 주가가 폭락할 겁니다.
영화 <글렌개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부동산 판매 회사에 다니는 세일즈맨들 이야기인데요. 상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판매 실적 1등에게는 캐딜락 자동차를 준다. 2등은 스테이크 나이프 선물세트. 3등은 해고다.”
트위터 이사회는 어떻게 해서든 비싼 가격에 트위터를 팔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하고, 이사회에서 쫓겨납니다. 1등은 고급 자동차를 받지만, 2등부터는 국물도 없습니다.
애가 타는 것은 머스크가 아니라 트위터 이사들입니다.
# 자유 언론 얼마면 되겠니?
벌써 트위터에 큰 돈을 투자한 알왈리드 사우디왕자는 “주당 54.20 달러는 너무 싸다. 트위터의 가치에 턱없이 못미친다. 머스크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트윗을 올렸습니다.
머스크는 알왈리드 왕자의 트윗에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왕자님, 트위터에 얼마나 투자하셨나요? 그리고 자유 언론과 자유로운 발언에 대한 왕자님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돈만 밝히지 말고 트위터를 검열 없는 오픈 SNS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생각에 찬성해 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머스크가 돈 때문에 트위터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M&A에는 큰 돈이 걸려 있습니다.
# 월가 투자은행 전쟁 돌입
머스크를 대리하는 모건스탠리는 그에게 인수 자금을 대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재산이 2500억 달러에 달하지만, 대부분 테슬라 주식입니다.
트위터 인수 대금을 마련하려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면 세금도 내야하고, 테슬라 주가도 떨어지겠죠. 모건스탠리는 머스크에게 인수 자금을 빌려줄테니, M&A 딜을 맡겨달라고 했을 법합니다.
골드만삭스는 트위터를 위해 방어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테슬라가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는 대표 주간사였습니다. 어제의 고객이 오늘은 적이 됐습니다.
# 백기사와 포이즌 필
트위터는 우선 머스크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포이즌 필(Poison Pill 독약)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주주들에게 헐 값에 주식을 나눠줘서 머스크가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것이죠. 독약을 풀어 공격자를 제거하는 M&A 방어 전략입니다.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보다 높은 값에 회사를 사줄 백기사를 백방으로 물색 중일 것입니다. 마크 큐반은 “빅테크 기업들이 벌써 변호사와 통화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애플, 메타 등이 트위터를 인수하면 반독점법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 혹시 우리 회사 살 수 있나요?
영화 <글렌개리 글렌 로스>에는 고급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부자 재력가 명단이 등장합니다. 이 명단을 얻으면 세일즈 1등은 따논 당상이죠.
트위터 지분을 많이 가진 탑10 주주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창립자 잭 도시는 겨우 2% 남짓 들고 있군요. 테슬라에도 투자한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보입니다. 지난해 여름 일론 머스크, 잭 도시, 그리고 캐시 우드가 비트코인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공격자와 방어자로 나뉘었군요.
나머지는 대형 펀드,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입니다. 이중에 트위터를 구해줄 백기사가 있을까요? 애타는 이사회 멤버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화를 걸고 있을지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밥. 저는 트위터 이사회 의장입니다. 혹시 저희 회사 살 생각 있으세요?”
JJ 기자가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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