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수십조 추경… 물가 자극 우려
인수위, 5월 초에 추경안 공개…규모 조정 가능성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르면 다음달 초에 공개된다. 당초 공약대로 50조원 규모를 유지할지는 미지수지만 고물가 흐름이 계속되면서 인수위의 고심도 한층 더 깊어졌다.
수십조원을 풀면서 ‘물가 잡기’ 숙제까지 동시에 떠안았기 때문이다. 결국 추경 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인수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기재부는 새 정부가 마련할 추경안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여러 재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정된 재원은 지난해 국가결산을 통해 발생한 세계잉여금 6조3000억원과 한은의 결산 잉여금 여유분 1조4000억원 등 7조7000억원 가량이다.
이 외에 정부가 감행한 역대 최대 지출 구조조정 규모가 10조1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총 재원은 2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04.14 photo@newspim.com |
만약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면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물가 흐름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3% 대를 아슬아슬하게 이어오다 지난달 4% 대를 결국 넘어섰다.
원론적으로 물가가 치솟을 때 재정당국은 긴축적인 정책을 편다. 정부 지출을 줄여서 총수요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물가를 잡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대로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 수십조원의 돈이 풀리게 되고, 물가는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를 자극하면 물가 급등세를 누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돈이 풀리면 풀린 만큼 소비가 중첩적으로 늘어나는 승수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미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돈이 풀리면 그만큼 물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인수위는 국채발행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규모라도 일단 발행하면 시중에 국채물량이 포화되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이는 곧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여파로 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자국채 발행이 1조원 늘어날 때 시중금리가 0.01%(1bp) 오른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수위도 고물가 흐름, 손실보상 규모, 국채시장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추경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시적인 안정 노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문제와 물가의 불안 영향을 미치는 최소한의 방법을 찾아서 조합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결산을 거쳐 발생한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 초과 세외수입으로 마련할 수 있는 추경 재원은 8조원 남짓이다. 국채 발행 외에 마땅한 재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윤 당선인의 당초 공약인 50조원보다 작은 규모의 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최대 30조원 안팎의 추경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안은 다음달 초에 공개될 예정이다. 추 후보자는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 등에 관해선 시간을 좀 주시면 정부가 출범할 때 소개해드리겠다”며 “규모나 재원조달, 국채시장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인 그림이 나오면 설명드리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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