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올해 연말 기준금리 2.25~2.5% 예상
연준 5,6월 빅스텝시 한미 금리 같아져
연내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 높아
한은 “역전되도 대규모 자본유출 없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내외금리차가 올해 안에 역전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을 경우 달러를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벌어지고 원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어 경제와 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3~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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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미 연준은 물가 우려가 높은 만큼 향후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0.5%포인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3~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적 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내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조차도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2.25~2.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리려면 올해 남은 6차례의 FOMC에서 최소 두 차례는 빅스텝을 밟아야 하고, 매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올해 미 연준의 FOMC는 5월 3~4일, 6월 14~15일, 7월 26~27일, 9월 20~21일, 11월 1~2일, 12월 13~14일 등 6회 남았다.
지난 14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다. 올해 남은 한은 금통위는 5월 26일, 7월 14일, 8월 25일, 10월 14일, 11월 24일 등 5차례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로 현재 한미 간 내외금리는 상단이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연준이 5월과 6월 빅스텝을 단행하고, 한국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2개월 뒤인 6월 미국과 금리 수준이 같아진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연 2.25~2.5%까지 올릴 경우 연내 내외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내외금리는 지난 2005년과 2018~2019년에도 역전된 바 있다. 한국이 올해 남은 5차례의 금통위에서 4차례 금리를 인상해야 미국과 같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중립금리는 2.5%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금통위가 중립금리 이상 수준으로 올리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뜻하는데 기준금리 결정을 할 때 주요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는 전년동월대비 8.5% 상승했다. 이는 시장예상치(8.4%)를 웃도는 것으로 1981년 12월 이후 40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최근 5개월 연속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월과 6월 연속으로 0.5%포인트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연말 3.5%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미국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도 더 가팔라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준에서 가장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인물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7일(현지시간) 미주리대 토론회에서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로 높이는 것이 적당하다”며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1974년, 1983년 인플레이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 긴축 대응에 우리나라의 긴축 속도 역시 종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올려 연말 2.0~2.25%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병목 등으로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도 단시간 안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월 올해 물가가 3.1%가 될 것으로 내다봤던 한은도 올해 4% 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올해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수준(3.1%)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새 정부가 민생 최우선 과제로 물가 잡기를 선언한 상황인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의 펀더멘탈이 양호한 만큼 대규모 자본유출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상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14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과 동시에 자본유출 압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외 순자산 규모, 경상수지 흑자, 정부부채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자본유출 압력을 받더라도 대규모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05년, 2018년 기간 동안에도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실제로 있었지만 그 당시 상황을 보면 적어도 채권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자본 유출, 원화가치 하락, 증시급락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올려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 연준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원화가치 하락과 자본유출, 증시 급락 등 금융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 소비자물가가 8%를 넘어서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우리나라 역시 물가 압력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으로 대응을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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