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총재 “상당히 급속한 환율 변동”
“불확실성 고조, 마이너스 작용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엔화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자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환율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NHK에 따르면 이날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126엔 후반으로 추이하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구로다 총재는 이날 중의원 결산 행정 감시위원회에 참석해 “큰 엔저와 급속한 엔저는 마이너스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계와 중소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생각을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 엔저는 1개월 정도 만에 10엔 정도 진행돼, 상당히 급속한 환율 변동이다”며 “과도하고 급격한 변동은 불확실성 고조를 통해 경제에 마이너스 작용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수입 가격이 오르면 가계의 부담이 증가하고, 수입 가격의 상승을 전가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며 “급속한 엔저의 경우 마이너스가 커진다. 기업의 업종과 규모, 여기에 경제 주체에 따라 (엔저) 영향이 불균형한 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엔저가 일본 경제 전체에 대해서는 플러스라는 평가를 바꾼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일본은행은 지금까지 엔저가 일본 경제에 플러스(긍정)라고 계속 주장해왔으나, 엔저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가운데 마이너스(부정적인) 면도 언급해 시세를 견제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물결 속에 미국 등은 금융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이례적으로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미일 금융 정책의 차이, 금리 차이 활대 속 엔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도 이날 구로다 총재와 같은 자리에서 약 20년 만의 엔저가 진행된 데 대해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나쁜 엔저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경제에서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가격 전가, 임금 상승이 불충분하다고 거론하며 “이러한 경제 상황에 있어서 지금의 엔저는 좋은 엔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통화 당국의 책임자인 재무상이 환율 수준의 좋고 나쁨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도 “나쁜 엔저”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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