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미국 매체 더 버지(The Verge)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트론(TRON) 설립자 저스틴 썬(Justin Sun)이 사기, 자금세탁 등을 포함한 다수의 범죄 혐의로 FBI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중국의 163닷컴이 19일 보도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저스틴 썬은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도 연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썬을 전세계적인 유명 인물로 알린 것은 지난 2019년 6월 그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의 자선 점심식사에 무려 456만 7888달러(약 53억 9924만원)의 낙찰가를 써냈기 때문이다.
한때 트론(TRX)은 일일 거래액이 상위 10위 이내의 암호화폐에 포함되기도 했다. 트론은 저스틴 썬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또 한편으론 그를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
# FBI는 왜 저스틴 썬을 조사했나
FBI의 조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저스틴 썬은 소셜 미디어에 “나는 평생 FBI와 거래한 적이 없으니 소문을 중지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그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미국 매체가 루머를 계속 퍼뜨리면 미국 대선에 출마해 대응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허세를 떨기도 했다.
미국인도 아니고 미국 영주권조차 없는 그가 FBI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수 년간 그가 지배해온 암호화폐 업체 트론, 비트토렌트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건 다수가 짐작하는 바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저스틴 썬이 가상화폐 거래소 폴로닉스(Poloniex)에서의 사기와 이민을 이용한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금세탁에 가담했을 가능성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저스틴 썬은 “비방과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어떤 범죄에 연루되었는지는 관련 기관의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다만 앞서 저스틴 썬에 대해서는 수 차례 부정적인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우선 암호화폐 산업은 많은 국가에서 정통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썬의 모국인 중국도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내에서의 암호화폐 거래나 기타 활동이 법률적으로 보호되지 않음을 뜻한다.
# 트론의 TRX, 중국 당국의 조치 나오기 하루 전 발행돼
저스틴 썬이 암호화폐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 비트코인이 대중화됐을 때였다. 저스틴 썬은 발빠르게 트론(TRON)을 설립하고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업계에 진출했다.
회사 설립 직후 저스틴 썬은 암호화폐 TRX를 발표했고, 며칠 만에 대량의 TRX를 팔아 치웠다.
전체 과정이 매우 순조로워 보였지만 사실 저스틴 썬이 자금을 조달할 당시, 중국 관련 기관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 예방을 위해 <토큰 발행 및 자금 조달 위험 방지에 관한 공지>를 발표했다.
이 조치가 나오자 중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자금 조달 행위(ICO)를 속속 중단했다. 그런데 저스틴 썬은 이 조치가 발표되기 딱 하루 전날 TRX를 성공적으로 발행했고 곧바로 서울을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저스틴 썬은 열심히 달렸다. 그의 TRON 코인은 2017년 말 초기 ICO 가격 대비 100배 상승했다. 이 기회를 이용해 저스틴 썬은 무려 60억 개의 TRON 코인을 시장에 내놓았고 순식간에 팔아치워 120억위안(당시 약 2조 400억원)을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적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주주의 투매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썬이 60억 개의 TRON 코인을 매각한 다음 날 TRX의 시장 가격은 5분의 1로 급락해 TRX 보유자의 원성을 샀다.
그 이후 저스틴 썬은 ‘수확’을 본격화했고 그럴 수록 점점 더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 그는 거짓말쟁이인가 천재인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 저스틴 썬은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했고 미국의 소프트웨어 프로토콜 회사인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인수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목적은 비트토렌트의 기술을 사용해 실명 인증 메커니즘을 우회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가 주장하는 ‘사용자의 안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19년 썬은 한때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던 폴로닉스(Poloniex)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 그는 이 거래소를 암호화폐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는 아프리카의 세이셸로 즉시 이전했다.
저스틴 썬의 다음 행보는 기가 막혔다. 그는 거래소에서 장기간 거래가 없고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소액 자산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 큰 이익을 취했다. 당연히 불법 점유다. 아마도 그의 이런 행위들도 이번 FBI가 그를 조사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썬은 규제와 감시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분을 바꿨다. 그는 제3세계 국가의 여권을 다수 가지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시민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든 행위는 감시, 규제 시스템과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썬의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에 따르면 그는 사내에서 감시와 과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여러 번 밝혔다고 한다. 그는 세금을 내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2019년 1월, 트론은 사용자가 TRX 슈퍼 커뮤니티 앱을 다운로드하도록 안내하는 새로운 슈퍼 커뮤니티 기능을 출시했다.
이 APP은 사용자가 암호화폐를 구매해 회원이 되면 자신의 아래에 다른 회원을 둘 수 있도록 다단계식 구조를 갖췄다.
그러다 6개월도 안된 6월 30일 오전 10시 트론측은 슈퍼 커뮤니티 앱 폐쇄를 선언한다. 사용자들은 자금을 인출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이 동결됐음도 알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슈퍼 커뮤니티가 시작된 지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 십만 명의 사용자가 게임에 참여했으며 모인 자금은 1,700억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인터넷에서 확산되자 저스틴 썬은 “나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 트론의 명성에 타격을 가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저스틴 썬은 이 사건에서도 발을 빼긴 어려울 것 같다. 그는 시장 조성을 전담하는 내부자 거래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누군가는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그는 사업 기회를 기막히게 포착하고 회사를 설립해 큰 돈을 번다. 마치 그에게는 성공하는 사업가의 템플릿이 있는 것 같다.
저스틴 썬의 다양한 행동과 경험으로 볼 때 그는 한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거짓말쟁이’인지 ‘천재’인지는 그를 보는 각도와 개인적인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저스틴 썬은 중국 당국의 눈밖에 난 상태여서 귀국이 쉽지 않다. 향후 FBI가 추가 조사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