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올라 생산자물가 사상 최고
#소비자물가도 4%대 상승률 이어갈 전망
#尹정부 경제팀, ‘민생 안정’ 목표에 방점
#인상 요인 발생한 전기요금 조정은 난망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전기·가스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이 죄다 오르며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정부 입장에서는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도 바빠, 자칫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공공요금 상승 폭을 최소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06.17달러로 연초 대비 38.1% 뛰었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은 톤(t)당 1013.35달러로 20.08% 올랐다. 호주 뉴캐슬 현물 기준 전력용 연료탄은 t당 336.63달러로 67.03%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은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이 줄며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에 에너지 공기업의 연료비 부담이 커져 공공요금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막대한 연료비 부담에도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요금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며 전력을 팔수록 손실이 늘고 있다. 지난 2월만 봐도 전력 구입에는 7조5836억원을 쓴 반면, 판매로 올린 수익은 5조4767억원에 그쳐 2조원 이상을 손해 봤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요금 동결은 결국 공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추후 세금을 투입해 보전하거나, 뒤늦게 요금을 높이게 해 어떤 형태로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다만 고물가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궁여지책이라도 정부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공공요금 관리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새 정부 ‘경제 원팀’은 고물가·저성장 시대의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엄중한 물가 여건 속에서 원재료비 인상 등 비용 부담을 덜고 서민 생활물가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새 정부 출범 후 광범위한 민생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전월 대비 1.3% 오른 116.46(2015년 100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승 폭은 2017년(1.5%)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공산품 지수가 계속 오른 영향이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물가 상승 압력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생산자물가는 보통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4% 넘게 치솟았는데, 4월 소비자물가도 4%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추진되고 있다. 대규모 추경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라 규모 축소로 가닥이 잡힌 마당에 공공요금 인상은 그림의 떡이다.
전기요금에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정부는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코로나19 장기화,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추경호 후보자는 지명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 대책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공공 부문에 관한 요금 가격”이라며 “구조를 잘 살펴 필요할 때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공기업 내에서는 정부가 물가 우려 등에 요금을 억누르면서, 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방만경영 탓으로만 보는 건 편협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연료비 인상 사이클에 대응하려 마련한 제도 시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부실을 더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못 올려 나빠진 재무 사정을 공기업의 방만경영 탓이라고 몰고 가는 시각은 구태적인 시각”이라며 “차라리 연료비 연동제를 중단하고 다른 대안이라도 마련하는 게 나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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