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비트코인과 미국 나스닥 지수와의 동조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비슷한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나스닥이 닷컴버블 때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25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달 들어 비트코인은 고점(5700만원대) 이후 이날까지 14.88% 내리며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앞서 비트코인은 이달 초 전체 발행량의 90%가 채굴되면서 희소성이 높아진 데다가 미국증시의 상승세로 5700만원까지 상승하며 6000만원 재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중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증시와 비트코인은 함께 하향곡선을 그렸다.
◆비트코인, 높아진 유동성·위험자산 선호도에 기관투자자 증가
암호화폐 시세는 금리인상에 특히 민감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풀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투자 붐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아케인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BTC)과 전통 금융시장의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은 금융완화로 위험자산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7월부터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위험자산이 선호되면서 기관투자가의 유입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트코인은 나스닥100 지수(NDX)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나스닥100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일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측정된 둘 사이의 40일간 상관관계는 0.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100지수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100개의 우량기업만을 별도로 모아 만든 주가지수다. 나스닥100지수는 이달 들어 고점(4/4)인 1만5159.58 이후 11.89% 하락하며 비트코인과 비슷한 내림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나스닥, 닷컴버블 우려…비트코인 전망에도 부정적”
시장 전문가들은 20년 전 닷컴버블과 최근 나스닥100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비트코인이 이로 인해 당분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프리 군드락 더블라인 최고경영자(CEO) 겸 수석 투자 책임자(CIO)도 “지난해 4분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 급등이 닷컴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 하반기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나스닥지수는 매우, 매우 변동성이 크고 지난해 9월 이후 연말까지 급등세는 1999년 하반기 닷컴 버블 때와 똑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크립토 트레이더인 피터 브랜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근 나스닥이 닷컴폭락의 정점인 2000년의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과 나스닥과의 상관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냈다. 비트코인 채굴기업 블록웨어의 수석 온체인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클레멘테는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상관관계는 채 1년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상관관계는 전통적인 금융 주체로부터 크립토 네이티브인 높은 순자산을 가진 개인과 미래지향적인 기관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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