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산업부 =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에 육박하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가전 등은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원유·원자재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철강업계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정유업계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구매비가 올라가지만 최종판매가 증대효과가 커 이익은 늘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원자재 포함 관련 비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산업 전반적으로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에도 미국 금리 인상, 중국 봉쇄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49.9원)보다 0.4원 내린 1249.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한때 12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금리 인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기업대출 금리·원자재가격·원달러 환율 등 트리플 상승을 우려한 바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달러 결제 수입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시장 불안 등 악재들이 장기화될 경우 1300원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이 주력인 자동차·조선·가전 등의 경우 환율이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8월 발간한 ‘원화환율 변동이 우리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기계장비(3.5%p) 컴퓨터·전자·광학기기(2.5%p) 운송장비(3.5%p) 순으로 영업이익률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 면밀히 관찰해야겠지만 재료비 변동폭은 환율 변동폭으로 상쇄 가능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수출 위주 사업은 환율이 오르면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계속 급등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급등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급등할 경우 소비심리가 저하돼 내수 판매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 제품을 팔 때는 이득일 수 있지만 반대로 원료를 수입하는 차원에서는 수입 원가가 높기 때문에 꼭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환율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고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큰 항공업계의 경우 환율 상승은 악재로 작용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가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동반 상승해 어려움이 많다”며 “러시아 사태 등 국제적 불안 상황이 빨리 안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건설업계 역시 원재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만큼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이 많은 제조업은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될 수 있다”며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매입시 달러 사용으로 원가 상승 영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의 경우 매출원가의 절반 가량을 원유 구매비용으로 사용하는데 원유 결제를 달러로 구매해 부담이 크다. 다만 최종 판매가격 증대효과도 커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입 가격이 높아지면 국내 유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유사 경영 측면에서는 환차손으로 연결된다. 이 또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유업계는 수입도 하고 수출도 하기 때문에 상쇄효과가 발생하는데 수입 물량의 반 정도는 우리가 쓰므로 수출보다 수입 물량이 더 많다”며 “순익은 마이너스 가능성이 높고 수출에 한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