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내세우나 ‘차별·왕따·학대의 자유’ 증진할 것
소시오패스에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내맡기는 건 위험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세계 최고의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회장이 미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미국이 매일같이 들썩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밀어내고 미국 언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위터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하는 머스크 본인이 문제”라는 제목의 비판적 기고문을 실었다.
많은 문제를 않고 있는 트위터를, 문제의 원흉인 머스크가 인수한 것은 금권정치의 완벽한 사례다. 문제의 화신이 문제를 파악해 해결하도록 결정하는 권리를 사들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트위터에는 허위정보가 많다. 코로나 백신, 기후변화 등에 관한 허위 정보가 플랫폼 전체에 만연해 있다. 머스크 자신도 미심쩍은 주장을 퍼트려 왔다. 엉터리 재무 정보를 올리거나 태국에서 동굴에 갖힌 소년들을 구출한 영국 잠수부들을 “소아성애자(pedo-guy)”로 부르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인종차별 문제도 있다. 그러나 편견과 희롱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다는 유색인들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해왔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자동차사도 인종차별 문제가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언론에 이를 폭로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 및 주택국은 테슬라사에 인종차별적 관행이 만연돼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부서는 최근 테슬라사에 대해 “직무 배정, 교육, 임금, 승진에서” 비방과 차별이 만연한 “인종 차별 직장”이라고 표현했다.
트위터에는 왕따와 희롱 문제가 있다. 인간의 추악한 본심을 미묘하게 드러내는 일들이다. 머스크가 바로 이의 화신이다.
2500억달러(약 316조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지구와 우주의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는 그는 사람들을 비하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배려라곤 조금도 없이 충동적 발언을 내뱉으며 추종자들이 왕따에 나서도록 부추겨 왔다. 바로 그가 트위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온 것이다.
그런 그가 트위터를 소유하게 됐으니 제격이라고 해야 하나.
금권정치 사회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일도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방화범이 소방수로 둔갑하는 일이 늘상 벌어지기 때문이다.
메타사의 마크 주커버그는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증오발언과 차별이 페이스북에 만연하도록 방치한 책임이 미국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부인 프리실라 찬과 함께 3억달러(약 3791억원)를 선거자금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그 책임에서 면피했다.
압도적 온라인광고 시장지배력으로 전국의 지역 뉴스 매체들을 망가트린 구글사가 태도를 바꿨다면서 지역 뉴스 활성화를 위해 고작 1500만달러(약 190억원)을 내놓았다.
옥시콘틴(OxyContin)을 생산해 약물중독을 확산시킨 퍼듀 마파사 소유 가문의 한 사람이 한 그룹채팅에서 회사가 “약물중독 문제 해결을 주도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10년 동안 10억달러(약 1조2631억원)을 기탁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언론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는 동기로 언론자유를 꼽은 것이 얼마나 초현실적인 것지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나 아무 말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머스크는 자기가 언론자유의 수호자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대화 순화 및 특정 정치발언 규제가 검열 수준에 이르렀다며 트위터의 관리방식을 뜯어고치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머스크는 자기가 말하는 언론자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장본인이다. 블로그에서 테슬라사를 비판한 사람의 주문을 취소시켰으며 그를 비판하는 언론인과 조사관들 및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댓글 폭탄이 쏟아지도록 선동해왔다.
머스크는 미국에 만연한 엉터리 자유언론관에 따라 행동해왔다. 그는 철학자 이사야 벌린의 주장을 빌어 당국의 제한을 받지 않고 무제한 발언하는 네거티브 언론자유가 언론자유의 전부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나치 주장을 풀고 여성혐오주의자들이 여성들을 따돌림하고 희롱하고 욕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을 되살릴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제한을 없애는 것만이 언론자유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포지티브 언론자유의 개념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법적으로 모든 미국 여성들과 유색인, 비방을 받거나 또는 출판 계약이 거절된 사람, TV에서 의견을 밝히는 것이 거부된 사람들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헌법이 보호하는 언론자유는 그 자체 만으로는 언제든 자유롭고 공평하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
벌린은 “늑대의 자유가 양의 죽음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자주 망각하는 대목이다. 정부, 즉 중앙집권화된 당국이 자유를 위협하지만 다른 것들도 자유를 위협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검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가 이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돼 왔지만 여성 및 유색인에 대한 증오와 희롱의 똥냄새가 진동하게 되면서 다음과 같이 처량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말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일생 동안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식이다.
머스크는 바로 이런 실제 희롱과 학대의 문제를 바로잡는 노력이 “검열”이라고 떠들어댄다.
트위터는 플랫폼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온건하면서도 충분하지 못한 조치를 취해왔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포지티브 언론 자유에 동의했다. 안전하고 일생을 망칠 수도 있는 발언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왔다. 머스크와 추종자들이 혐오한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위험한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포지티브 언론자유 개념이 진전돼 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의미있는 발언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이다. 머스크는 분명 이를 망가트리려고 한다. 나아가 우파들이 파시즘적 성향을 보이는 이 시점에 증오와 편견과 따돌림과 허위정보를 막는 댐부터 무너트리겠다고 말한다.
금권주의자들이 이미 경제를 망쳤다. 그건 시작일 뿐이다.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정치적 불평등이 경제적 불평등을 크게 만들 것이다. 여러분들이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사들여 당신이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보통사람들이 반격할 수 있도록 장악해야 한다.
당신도 머스크처럼 TED 회의에서 대중 지식인이자 사상가, 비전 제시자를 자처하면서 사람들에게 노상강도(재벌의 비하표현)가 아닌 현자로 각인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선 안되는 일이다. 더 잘 될 수 있다. 머스크같은 사람을 영웅으로 떠받치는 엉터리 이야기들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할 지 모른다.
민주주의를 맡기기에는 너무나 커져버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과 같은 진정한 보호막이 법제화돼야 한다. 비영리 플랫폼을 만들어 의미 있는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소시오패스처럼 행동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사회는 자유가 아닌 독재를 갈구하는 사회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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