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근 13년 만에 1300원 갈수도
#1250원 상방 지지선 이미 붕괴
#미 금리 인상으로 자금유출 더 커질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자본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 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 가속화 되면서 환율이 1300원까지도 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끼칠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190억원을 매도했다.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면서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31.12%를 기록해 2009년 9월 8일(31.07%) 이후 1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주식자금은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고강도 긴축, 글로벌 경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순유출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9억3000만 달러 빠져나가면서 2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3월 말 원·달러 환율(1212.1원)로 계산하면 약 4조7000억원 가량을 팔아 치운 셈이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간 순유입됐다.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다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18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순유출 전환된 후 2개월 연속 순유출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채권자금도 아직까지는 순유입 되고는 있지만 순유입폭이 크게 축소되고 있다. 채권자금은 2월 3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5억4000만 달러 순유입 되는데 그치는 등 큰 폭 축소됐다. 내외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이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순유입세를 지속하고 있다.
채권 자금의 순유입폭이 축소되면서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의 국내 전체 증권투자자금은 33억9000만 달러 순유출로 전환됐다. 증권투자자금은 그동안 4개월 연속 순유입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자금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순유출 폭이 확대됐다”며 “채권자금도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내외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으로 순유입 폭이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원화 약세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188.8원에서 26일 1250.8원으로 급등하는 등 올해 들어 5.21%나 증가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같은기간 92.593에서 102.318로 10.50% 증가했다. 달러 강세에 비해 원화 하락폭이 적기는 하지만, 환율 레벨 자체는 2년 여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문제는 미 연준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가 강세가 더 가파라지면서 외인 자본이 급격하게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공식화 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미 연준이 6월 14~15일 열리는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안에 한미 금리차가 역전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고, 미국은 0.25~0.5%다. 현재 한미 간 내외금리는 상단이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연준이 5월 빅스텝과 6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한국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6월에는 미국과 금리 수준이 같아진다. 한미 금리 역전은 시간 문제다. 역전될 경우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의 유출 위험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국내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유럽, 남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일각에서 우려하는 자본유출에 대한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유출입에는 금리 외에 환율 기대, 경제 펀더멘털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반드시 자본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내외금리 역전시 자본유출은 없긴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았던 때는 가장 최근이 2018년 3월~2019년 10월이다. 해당 기간 외국인 자금은 증권과 채권 투자자금 합해 총 187억 달러 순유입됐다.
반면 전문가들은 앞으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고, 미 기준금리 인상,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앞으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도 이미 경계 수준인 1250원을 뚫으면서 13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아직 없다. 현실화 될 경우 근 13년 만에 1300원으 돌파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2020년 3월 장중 1296.00원까지 오르긴 했으나 1300원을 넘지는 않았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 수급 측면에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됐고, 주식 시장서 외인들도 빠져 나가고 있고 달러인덱스도 전날 102까지 올라가는 등 어떤 것을 보더라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동안 1250원이 상방 지지선 역할을 해 왔는데 흐름 자체가 무너지면서 1300원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까지 빠른 속도로 긴축에 나설 경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외국인 자본 유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데 경기 둔화 우려로 신흥국 자본유출이 가속화 되면 국내 투자자금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유출이 지속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낮아(환율 상승)지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고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올라 원화자금 보유가 금리측면에서 메리트가 줄다 보니 미리 자금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본유출과 원화 약세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미 금리인상을 선 반영한 측면이 있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면 자금유출 흐름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 상승 작용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 자본유출이 예상 범위보다 더 커지게 될 경우 원화 약세가 더 커지고 수입물가를 끌어 올려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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