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면서 돈버는 개념으로 진화하는 NFT
[블록미디어 프로메타 연구소 최창환 소장]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핫 아이템 중 하나다. 투자 자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은 시가 총액이 한때 1조 달러를 넘었고, 지금도 7,200억 달러에 달한다.
예술과 접목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은 디지털 아트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 게임 산업은 블록체인 기술과 NFT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플레이 투 언(P2E), ‘놀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대체 암호화폐를 어디에 쓰나”라는 질문을 떨쳐내지 못한다. 비트코인으로는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기술과 일상적인 삶을 결합하고, 여기에 재미적인 요소까지 추가했다면 곧바로 성공 방정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말 그럴까? 가상자산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무브 투 언(M2E): 생활 결합형 서비스의 등장
‘걸으면서 돈을 번다(Move to Earn)’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있다. 스테픈(STEPN)이다.
스테픈이 국내에 상륙한 것은 채 3개월이 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월간 사용자는 170만 명이 넘는다. 이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하는 국내 커뮤니티는 매일 3%가량 커지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앱을 설치하고 운동을 하면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걷거나 달리는 거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포인트(현금)를 주는 앱은 이미 몇 년 전에 나왔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운동화 NFT는 실제 운동화와 거의 같다. 많이 걸으면 운동화도 낡게 돼 있다. 계속해서 운동화를 ‘관리’해 주고, 운동화의 성능을 강화시켜 줘야 한다. 걸어서 받은 코인을 NFT 운동화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한다. 운동화 NFT는 성능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 자신만의 운동화 NFT를 만들 수 있는 권리(minting)도 생긴다. 희소성 있는, 성능 좋은 운동화 NFT를 만들기 위해 사용자는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일종의 게임이다. 동시에 운동이다. 게다가 돈도 벌 수 있다. 게임에 열광하는 청년층뿐 아니라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게임(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스테픈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과 일상 생활에 게임적 요소를 넣어서 경쟁하게 함으로써 독창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콰이어캐피탈 등 주요 벤처 캐피탈로부터 1조 원 정도의 기업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모든 것은 놀이이고 게임이다
청년 세대가 게임에 열광하는 것에 착안해 탄생한 것이 ‘플레이 투 언(P2E)’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그러나 대표적인 P2E 프로젝트인 엑시인피니티는 최근 대규모 해킹 사건과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게임 사용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줄다 보니 게임에 사용해야 하는 코인의 수요가 줄어든다. 코인 가격은 더 떨어지고, 게임의 매력도 비례해서 떨어진다. 게임 유저는 더욱 감소한다. 부정적인 되먹임 현상이 나타난다.
‘게임이 돈벌이다’라고 생각하자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일로서의 게임화되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엑시인피니티는 놀이가 놀이일 때, 게임이 그 자체로 재미있을 때 P2E가 진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실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뜻이다.
# 강력한 커뮤니티의 힘
스테픈의 잠재력은 바로 이 점에 있다. 걷기 운동은 누구나 한다. 굳이 누가 돈을 준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할 사람은 한다. 일상의 행동을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보상 시스템으로 체계화하자 다수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채택’한 것이다.
암호화폐, NFT, P2E의 공통점은 강력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NFT가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데 일등 공신이다. 스테픈도 매우 영리하게 앱을 설치하고 그냥 걷기만 해서는 코인 보상을 주지 않는다. 반드시 운동화 NFT를 구매해야 한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찾는 것과 같다. ‘나는 고가의 스테픈 운동화 NFT를 가지고 있다’는 과시 효과가 은연중에 작동한다.
스테픈 운동화 NFT는 결코 싸지 않다. 대부분이 100만 원 이상에서 거래된다. 스테픈을 장착하고 열심히 운동을 하면 한 달 정도면 본전을 뽑도록 서비스가 구조화돼 있다.
#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나?
P2E, M2E 등 일상 생활과 접목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진정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프로젝트들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은 “새로운 유저가 계속해서 유입하지 않으면 코인 가격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폰지 사기라는 것.
고가의 운동화 NFT를 ‘민팅’해서 NFT 마켓에서 팔기 위해서는 누군가 후발 주자가 해당 운동화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폰지 사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파트 투기 열풍도 비슷하지 않나? 아파트 가격은 오르기만 할까? 더 높은 호가에 내놓은 아파트를 기꺼이 살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NFT, P2E, M2E 프로젝트 중에는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커뮤니티를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NFT 프로젝트인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은 커뮤니티를 위한 별도의 코인을 발행했다. 이 코인을 보유한 멤버들은 전용 클럽에 입장해서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긴다.
가상공간에서 시작한 BAYC가 현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BAYC 캐릭터는 각종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등 2차 창작물에 활용되기도 한다.
스테픈 운동화 NFT의 경우도 실제 스포츠 브랜드를 단 NFT를 만들거나, 실제 운동화에 스테픈 운동화 디자인을 입히는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교류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장자의 호접몽
“나는 원래 나비인데 인간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사람으로서 잠깐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
‘기술+생활+게임’은 장자의 호접몽과 비슷하다. 메타버스는 현실의 인간이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개념이다. NFT, P2E, M2E는 일상 생활에 가상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현실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이런 새로운 산업에서 핵심 요소는 인간 심리와 본성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게임을 통한 경쟁, 과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 등이 부가가치를 만든다.
오늘 필자는 핸드폰을 팔에 고정하는 암밴드를 샀다. 스테픈을 하면서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반바지와 달리기에 필요한 운동복도 옷장에서 찾아냈다. 러닝화도 신발장 속에서 찾아냈다. 재미있다. 매일 목표량을 채우려고 걷다 보니 건강에도 좋다.
스테픈 NFT가 어떻게 나아갈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돈벌이 외에도 운동과 건강, 재미라는 가치를 주고 있다. 이제는 새벽에 눈을 뜨면 달리러 나간다. 스테픈이 주는 물질적인 보상이 줄어들어도 운동이란 좋은 습관은 남을 듯하다.
* 본 기사는 4월 30일자 한국일보 ‘기승전 비트코인’ 컬럼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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