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예대금리차 주요국보다 작아” 주장
#전문가들 예대금리차 직접 비교 어려워
#순이자마진으로 비교시 전세계 평균보다 높아
#”금리인상기, 예대금리차 확대 흐름 불가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예대금리차가 지난달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오르는 등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예대금리차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대출금리를 공시하지 않고 있어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만큼 예대금리차 확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위원회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주요국의 예대금리차는 싱가포르가 5.07%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홍콩(4.94%포인트), 미국(3.16%포인트), 스위스(3.01%포인트), 한국(1.89%포인트) 등의 순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에서 예금금리를 차감한 것으로 은행들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중 하나다.
금융위는 예대금리차 논란이 커지자 이 같은 숫자를 공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예대금리차가 다른 전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작다고 내세웠지만,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사실과 다르다.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가중평균금리를 편제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 정도에 불과해 여타 국가들과의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출금리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예대금리차를 알 수가 없고, 금융위가 내세운 통계 역시 대기업의 대출금리와 정기예금 금리 수준 정도를 비교한 정도라 우리와 직접 비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 공개하고 있는 에대금리차 역시 대출이자가 낮은 국책은행이 상당 수 포함 돼 있는 점도 다른 점이다. 또 전세계의 완화적 통화정책 속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려 1년 새 예대금리차가 더 큰 폭 확대된 만큼, 지난해의 경우 주요국들과의 차이가 많이 좁혀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은행의 경우 비지니스 모델이 다양하고, 대출금리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얼마나 나는지 우리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순이자마진(nim)을 통해 추측해 볼 수는 있는데, 전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우리나라의 순이자마진은 중간 정도 수준으로 외국과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한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100대 은행에 속한 우리나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1.81%로 전세계 평균(1.54%) 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 전인 2020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순이자마진이 1.6%로 전세계 평균(1.7%) 보다 조금 낮았었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20곳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3%다. 이는 미국(1.24%)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확대되고, 기준금리 하락기에는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의 경우에도 금융 소비자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이자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금식예금(요구불예금)에 돈을 넣어 두면서 은행이 지급해야 할 이자가 줄어든 반면,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 우대금리를 줄이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커졌다.
김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순이자마진은 개발도상국 보다는 낮고, 금융 선진국보다는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마진이 그 전년도에 비해 더 커진 것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당국의 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금의 경우 만기까지 안 변하지만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가 대부분이라 기준금리가 내려갈 때는 대출금리를 내리게 되니 예대금리차가 더 좁혀지고,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는 대출금리를 올리니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되게 된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예대금리차 확대 흐름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예대금리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32%포인트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19년 3월(2.32%포인트) 이후 3년 만에 가장 크게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반면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81%포인트로 전월(1.76%)보다 0.05%포인트 축소됐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 팀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모 축소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3월 은행들이 주담대에 대한 우대금리를 확대하면서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예대금리차가 소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최근 들어 은행들이 다시 주담대에 대한 우대금리를 줄이고 있고, 과거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됐던 영향도 계속 미치고 있어 잔액기준으로 조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대출의 상환도 일어나는 지도 봐야하는 만큼 앞으로 축소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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