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월가의 최대 은행, 증권사, 자산 관리사 등이 공개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암호화폐의 등장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온 이들이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고객들의 적극적인 투자주문 때문이다. 등이 떠밀린 것이다.
파생상품시장 대규모 거래자 단체인 미 선물산업협회 월트 러켄 회장은 “전통 산업이 드디어 새 현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투자하는 건 암호화폐의 실용성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사업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헤지 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은 이미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지만 뮤추얼펀드나 연금 펀드 등 다른 자산 운영사들은 서서히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밝히고 있다. 물가상승과 금리 상승으로 주식과 채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은행의 최대 고객인 자산 운용사들이 은행이 안전한 암호화폐를 거래, 대부, 구조화금융 및 예금보호 등의 비용을 낼 의사가 있다. 암호화폐 신생기업에서 거래를 하는데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주류 금융회사가 중개자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가 참여해 초기 단계의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뱅크 오브 뉴욕 멜런사 디지털 자산 및 선진 솔루션 책임자 마이크 데미시는 “모두가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암호화폐에 적극 투자하지는 않더라도 탐색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과 자산관리사들이 암호화폐 취급 계획을 마련중이다.
피델리티와 코웬사 등은 자체적으로 또는 암호화폐 벤처기업을 통해 암호화폐 매입과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주 피델리티는 개인들이 퇴직적립금 계좌에 비트코인을 적립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미 노동부는 이것이 미국인들의 연금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BNY 멜런사와 스테이트 스트리트사 등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매입과 거래를 준비하면서 미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올해 안에 당국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그룹과 같은 투자은행들도 암호화폐를 직접 취급하기 위해 보다 제도화된 규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에 상장된 비트코인 옵션과 선물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최근 채무자 보유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도 했다.
주류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하지 않아온 가장 큰 이유가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점이다. 이에 따라 주류 금융기관 내부에선 여전히 암호화폐 비판론이 더 크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 체이스 앤드 코의 제이미 디먼 회장은 최근 비트코인이 “쓸모 없다”고 말했고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도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회사들은 여전히 시장 진입을 관망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기에 충분한 수수료를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 자산 거래 및 자문 및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갤럭시 디지털 유한회사 대미언 밴더빌트 공동회장은 “모두가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혁명적인 일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현재의 기회가 너무 일찍 나섰다는 오명을 받을 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웬사 회장 제프리 솔로먼은 기관투자자들이 50여년 전 개인들이 주식투자에 참여하면서 주식 거래량이 급증할 당시와 같은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투자 중개인들이 컴퓨터 발전으로 전문가들에 의한 주식투자상품이 급성장한 때와 비슷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선물산업협회의 최근 연례회의에서 암호화폐는 화두였다. 암호화폐 회사들이 각종 모임을 주최하고 이 회사 경영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을 전통 금융 강자들이 주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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