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더리움상 지루한 원숭이 거래 수수료 엄청나
#암호화폐계 엄청난 규모의 해킹과 피싱 피해도 끝없어
#웹3 기술 미래 기술로 등장할 준비 전혀 안된 상태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암호화폐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열광해온 사람들이 가격 폭락으로 큰 난관에 봉착했다는 칼럼을 실었다.
‘지루한 원숭이’ 얘기부터 꺼내야겠다. 실제 원숭이가 아니라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이라는 디지털 예술품 수집에 대한 얘기다. 1년 전 신비스러운 익명의 암호화폐 광팬들이 만들어낸 지루한 원숭이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단정치 못하고 쌀쌀맞게 생긴 원숭이들 모음이다. 실제 원숭이라면 절대로 집에 들이지 못할 모습이다.
지루한 원숭이는 5일 NFT 시장에서 3만4000달러(약 4328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금빛 털이 있는 희귀한 지루한 원숭이 NFT는 지난해 340만달러(약 4억3280만원)에 거래됐었다. 사람들이 포케몬처럼 지루한 원숭이에 열광한 것이다.
지난해 지루한 원숭이를 만든 자금이 풍부한 벤처기업 유가 랩스가 다른 원숭이 NFT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가장 최신 작품은 머리를 긁거나, 돈을 태우거나,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모습이다. 모두 큰 인기를 끌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NFT는 거대 기술기업이 장악한 인터넷을 해방시키는 웹3의 대표주자다. 그러나 지루한 원숭이는 역효과가 크다. 디지털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신뢰 기반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지루한 원숭이 거래는 지옥을 겪었다. 암호화폐 이더리움 거래 기반인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기술적 결함으로 수천명으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 2291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NFT 가격보다 수수료가 더 비싼 경우도 있었고 지루한 원숭이 구매가 성사되지도 않았는데 수수료를 낸 경우도 있었다. 유가사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수수료를 환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종 해킹과 피싱 피해도 상당하다. 실리콘 밸리 최대 벤처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은 유가사는 최소 3억2000만달러(약 4073억원)를 매출을 올렸다. 아직 가동되지 않은 아더사이드(Otherside)라는 가상 세계의 토지를 팔아서 올린 수익이다.
구매자들이 원해서 구매한 것이 사실이다. 메타버스내 구석의 공터를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지 모르겠다. 바보같은 게임을 하면서 큰 돈을 번다니 말이다.
그러나 ‘엄청난 웹3’라는 웹사이트와 트위터를 운영하면서 암호화폐 세상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일들을 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몰리 화이트는 사람들이 부풀려진 신기술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에 없는 기술적 큰 문제들이 거듭해 발생하고 있지만” 돈많은 수퍼볼 대회 스폰서들이 암호화폐를 대중에 알리고 대형 금융사들이 연금 펀드를 디지털 화폐에 투자하도록 권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그는 “훨씬 더 큰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웹3는 일견 고귀한 목표를 내세운다. 1990년대 후반 1차 인터넷 붐시대인 웹1.0 시대에 주가가 부풀려진 회사들 가운데 살아남은 회사들은 많지 않다. 2000년대 중후반의 웹2.0 시대는 신기술과 새회사들이 폭발적으로 소개됐다. 무선전화기, 소셜 네트워크, 스트리밍 서비스, 인터랙티브 웹(interactive web)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새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4개 회사만이 인터넷 중개회사로 남았다.
암호화폐와 웹3 혁신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인터넷 독점을 해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 기반 차세데 인터넷 앱을 만들면 인터넷 대기업이 깔고 앉은 방석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웹3 주창자들은 또 현재까지 미실현 상태인 장점들을 강조한다. 암호화폐가 월스트리트와 연방준비위원회(FED) 등의 금융권력을 해체시켜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송금할 수 있게 되고 금융계좌가 없는 전세계 수백만명을 현대 금융제도에 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은 거듭된 실패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암호화폐인 솔라나 시스템도 NFT 거래로 인해 7시간 동안 멈춰 지난주 지루한 원숭이 거래로 인한 피해 못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라리 캐피털과 새들이라는 다른 2종의 암호화폐도 해킹 공격을 받아 이더리움 9000만달러(약 1148억원)어치를 탈취당했다. 지난주 초에는 데우스 파이낸스사가 해킹 공격으로 1억3400만달러(약 1709억원)을 탈취당했다. 이런 일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웹3가 약속하는 탈중앙화 가능성도 희박하다. 웹3 회사들 대부분이 개혁 대상이라는 인터넷을 구축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기술이 웹의 미래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점이 아니다. 아직 그럴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화이트 말대로 “웹3가 5만5000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를 처리하지 못하는데 웹규모의 기술을 처리할 수 있을까?”
웹3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탕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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