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에 따른 위안화 약세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최소 두 차례의 ‘빅스텝’이 예정돼 있고, 달러가 근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등 원화 약세 요인이 커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00원 위로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1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74.0원)보다 2.4원 오른 1276.4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2.0원 오른 1276.0원에 출발했다. 장 시작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장중 1278.9원까지 오르는 등 전장 기록한 장중 연고점(1276.0원)을 돌파했다. 3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20년 3월19일(1285.7원)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 영향이 크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04를 넘어섰다. 9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09% 상승한 103.778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104.205선까지 오르면서 2002년 12월 23일(104.480) 이후 1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6,7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발언이 달러 강세를 키우고 있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6,7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경제 둔화 우려로 인한 위안화 약세까지 가세하면서 원화 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9일 달러·위안 환율은 6.730까지 올랐다. 작년 말과 비교해 5.96% 가량 뛴 것이다.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상하이 등 대도시가 봉쇄된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이면서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또 지난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과 5년물을 각각 3.7%, 4.6%로 동결했다.이로 인해 위안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5월에도 중국 봉쇄조치 영향이 지속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위안화 절하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안화는 지난달 초만 해도 미 달러화 다음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 중국간 10년물 금리가 역전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료품·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달러 초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로화 가치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리스크와 경기 둔화 우려로 유로화는 지난달 28일 장중 1유로당 1.0471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2017년 1월 11일(1.0454)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간 다른 통화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점 또한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연준은 올해 중립금리 수준의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공식화 한 반면, 일본은행은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르면 7월 인상을 견지하면서 미국과 이들 국가의 내외 금리파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이미 1270원을 넘어선 만큼 1300원을 돌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아직 없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 통화와 위안화의 약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미 달러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가 유지되고 있고 여전히 원화 약세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상단을 1300원 이상으로 열어 둘 필요는 있다”며 “다음달 FOMC이후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서 하락 전환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를 기록했던 시기는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인데, 당시 환율은 단기 급등 후 진정되는 모습이 나타낸 바 있다”면서도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와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00원 수준으로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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