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5명중 4명, ‘물가 2차 파급효과’ 언급
#한은 “당분간 4%대…물가 상방리스크 현재화될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에 육박하는 등 큰 폭 뛰어 오르면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 경로에서 크게 이탈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6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 초반대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2022년도 제7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4월 14일 개최)’에 따르면 한은은 당분간 물가가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수준(3.1%)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금통위는 이번달 회의에서 기준금리 조정 방안을 논의하는데, 금통위 직후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앞서 2월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예상한 바 있다. 상반기 3.5%, 하반기 2.7%로 내다봤다.
한은은 그동안 수차례나 물가전망을 후행적으로 상향 조정해 왔다. 지난해 8월 전망에는 올해 물가를 1.5%로 내다봤으나 이후 11월 전망에는 2.0%로, 12월 ‘물가 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는 2%대로 다시 조정했다. 또 올해 1월 금통위에서는 2%대 중반으로, 2월 전망에서는 3.1%대로 상향했다. 4월 금통위에서도 “올해 물가가 4%에 근접할 것”이라며 물가전망 수정을 예고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이미 한은 연간 전망치(3.1%)를 훌쩍 뛰어 넘었다. 특히 전년동월대비 4월 물가가 전월(4.1%) 수준을 상당폭 상회한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당시 올해 연간 평균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85달러로 전제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었다.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3월 원유 도입단가도 배럴당 97.4달러로 전제치를 넘어서는 등 물가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전망 수준을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0%로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4%대로 내 놓게 되면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 전망이 나온다.
금통위 의사록을 봐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종전보다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금통위원 5명 중 4명이 물가의 ‘2차 파급 효과’를 언급하는 등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한은 금통위가 물가의 2차 파급효과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금통위원은 “과거에 비해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확산지수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2차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라며 “무엇보다도 지난해 이후 명목임금의 상승세가 빨라지면서 물가와 임금 간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단기간 내 물가안정 추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물가상승기를 2000년대 중반 원자재 슈퍼사이클, 2010년대초 중동 정정 불안 등의 공급 충격기와 비교해도 원자재가격 상승폭이 더 크고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도 가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물가의 2차 파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착된 경우에 비해 가격의 전가가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진정되면서 공연, 여행 등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미국의 사례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도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 들어서면서 펜트업 수요가 나타나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일각에서는 감염병,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해소되면 과거의 저물가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지만, 친환경 정책 기조,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 등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환경은 과거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의 물가경로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냐”고 한은 관련 부서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하반기 중 국제유가가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주요 전망기관들의 컨센서스를 전제로 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 하반기에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지속되거나 여타 물가의 상방리스크 요인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상당하고, 구조적인 요인들로 인해 기저의 물가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다른 일부 위원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변동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물가지수가 사실상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4% 초반대로 수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레벨 자체는 우리보다 높지만 물가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아직까지 정점을 얘기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며 “특히 금통위원들이 물가의 2차 파급효과를 언급한 점은 기존에 봤던 물가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물가 전망치를 4%대 초반 정도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통위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위원도 지난달 14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측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 압력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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