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위험자산 선호 기피 심리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하면서 1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장중 기준으로도 1290원을 돌파하는 등 전날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을 다시 세웠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75.3원)보다 13.3원 급등한 1288.6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7.2원 오른 1282.5원에 문을 열었다. 장 시작부터 상승세를 보이면서 오후 2시29분께 1290.0원까지 오르는 등 1290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상승폭을 높이면서 오후 2시50분께는 장중 1291.5원까지 치솟는 등 전날 기록한 장중 연고점(1280.2원)을 다시 돌파했다. 5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19일(1296.0원)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장 마감 기준으로는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1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07% 상승한 104.020을 기록했다. 장 마감 기준 달러인덱스가 104를 넘어선 것은 2002년 12월23일(104.080) 이후 19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간 밤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했다.
간 밤 미 노동부는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8.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두 달 연속 8%대이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8.1%)를 웃돌은 수준이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3월(8.5%)보다는 상승폭이 0.2%포인트 낮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동월대비 6.3% 상승하면서 예상치 6.0%를 뛰어 넘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기대가 다소 힘을 잃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지표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인플레 압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더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가파른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미 증시 급락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위험통화인 원화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글로벌 시가총액 증발도 증거금 납입을 위한 증권사의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중국 수요 부진 우려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국제유가도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6% 상승한 105.75선에서 거래됐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5.05% 상승한 배럴당 107.63 달러에 거래됐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주요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326.63포인트(1.02%) 하락한 3만1834.11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인 S&P 500 지수는 65.87포인트(1.65%) 내린 3935.1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3.44포인트(3.18%) 하락한 1만1364.24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2.15% 하락한 2.925%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58% 오른 2.647%를 기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 압력 지속에 따른 연준의 ‘점보스텝(두 차례 이상 0.5%포인트 인상)’ 우려가 재부상하고 위험자산 급락 영향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며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상승 속도는 둔화됐지만 시장의 피크아웃 기대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 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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