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강달러 기조 이어질 듯
#아직 미 인플레 정점 확인 안돼
#”6~7월 FOMC 지나야 할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큰 폭 오르면서 긴축 경계감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위협하며 12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가 2550선까지 내려가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긴축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6~7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까지는 이 같은 불안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75.3원)보다 13.3원 급등한 1288.6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7.2원 오른 1282.5원에 문을 열었다.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오후 2시50분께 장중 1291.5원까지 치솟는 등 전날 기록한 장중 연고점(1280.2원)을 다시 돌파했다. 5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19일(1296.0원)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장 마감 기준으로는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 우려와 암호화폐 시장 폭락으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날 코스피도 2550선에서 턱걸이로 마감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592.27) 대비 42.19포인트(1.63%) 내린 2550.08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2546.8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0일(2553.01) 이후 이틀만에 연중 최저치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866.34)보다 32.68포인트(3.77%) 하락한 833.66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최저 수준이다.
전날 오후 4시18분 기준 암호화폐 글로벌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2.40% 내린 3437만원대를 나타냈다. 일주일 전보다는 무려 30%가 넘게 내린 가격이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도 3만 달러 한참 아래인 2만6641달러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최저가를 뚫고 2020년 12월27일 이후 처음으로 2만6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코인 거래소 기준으로는 이날 비트코인은 3600만원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반면 채권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28%포인트 하락한 2.900%를 기록했다. 국채 5년물도 0.062%포인트 하락한 3.098%를 기록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장보다 0.100%포인트 하락한 3.169%를 기록했다. 국채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0.103%포인트 하락한 3.165%, 3.089%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1년물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은 미 증시 폭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중앙은행의 긴축이 더욱 가파르게 전개될 것이란 경계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8.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두 달 연속 8%대이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8.1%)를 웃돌은 수준이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3월(8.5%)보다는 상승폭이 0.2%포인트 낮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동월대비 6.3% 상승하면서 예상치 6.0%를 뛰어 넘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기대가 다소 힘을 잃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가파른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확인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적어도 이 같은 시장 불안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6월 14~15일과 7월 26~27일 FOMC를 연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큰 폭 뛰면서 위험자산 선호 기피심리가 커지면서 증시와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서서히 달러 강세 모멘텀이 마무리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우려로 올해 상반기 중에는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르는 등 당분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진 후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7월 이후부터는 다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미 연준의 긴축 이슈로 그동안 채권 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였었는데 최근 들어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물가 우려보다는 경기가 침체로 간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미 채권 금리 역시 이런 이유로 지난주 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려면 먼저, 미국의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경계감에 안전통화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며 “미 연준의 긴축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기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인지 아닌지에 대해 아직 판단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고강도 긴축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라 환율이 1300원을 터지하는 수준까지는 오를 수 있다”며 “적어도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확인되는 다음달 FOMC까지는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주가가 큰 폭 하락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 연준의 긴축 압박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코인과 주식도 급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 까지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미국의 인플레 이션 정점이 확인되는 3분기 까지는 이 같은 불안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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