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테라 프로젝트가 정점에서 추락하는데 7일이면 충분했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당대 최고의 암호화폐 투자 기관, 거래소, 그리고 태양까지 비상하고자 했던 수 많은 투자자들이다.
테라 사태를 블록미디어 기사를 중심으로 시간 별로 정리했다.
# 4월 29일 : 테라, 시총 10위 진입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는 이날 도지코인을 제치고 시총 10위에 등극한다. 앵커 프로토콜 등 생태계가 확장하고, 루나-테라 스왑 알고리즘에 의한 달러 페깅이 ‘완벽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4월 18일에는 바이낸스가 만든 스테이블코인 BUSD를 앞질러 스테이블코인 중 3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테라의 달러 페깅은 3단계 안전 장치를 자랑한다. 알고리즘, 앵커 프로토콜, 그리고 루나 파운데이션(LFG) 가드.
# 5월 6일 : LFG, 비트코인 15억 달러 추가 매입
LFG는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축적하면서 혹시 있을 지 모를 테라에 대한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권도형 테라 대표는 LFG를 최대 1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고 장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LFG에 들어있던 비트코인의 정확한 행방을 놓고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5월 9일 오후 8시 : 비트코인 25K 밑으로…테라, 경고 신호
블록미디어 박재형 특파원은 ‘비트코인 $25K 이하 후퇴 가능성, 테라 비트코인 매입 시장 우려 높여’ 제목의 기사를 송고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5월 4일. 당시 시장은 평온했다. 예상대로 50bp 금리 인상을 했고, 75bp 인상은 배제한다는 파월 의장의 명확한 코멘트가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증시와 비트코인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말을 넘기면서 석가탄신일 가격이 급락하는 이른바 ‘붓다빔’이 가시화됐다.
시장에는 테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추락의 시작이다.
# 5월 9일 오후 8:24 : 테라(LUNA) UST 가격 1달러 고정위해 15억달러 투입–$750M 비트코인 매입준비
테라 1 달러 페깅을 위한 3개의 안전 장치가 가동에 들어갔다. 우선 LFG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 7억5000만 달러 어치를 풀어, 테라 매입에 사용한다.
LFG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은 전량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 5월 10일 오전 9:09 : [긴급시황]테라(LUNA) UST 0.765달러 까지 하락폭 확대–FUD로 암호화페 연쇄 폭락
뉴욕 시장에서 테라는 이미 달러 페깅이 깨졌다. 블록미디어 뉴욕 특파원들은 ‘[긴급]테라 UST 달러와 괴리 발생 0.8866달러까지 폭락–루나재단 비트코인 매도 루머’ 기사를 타전했다.
아시아 시장이 열린 이후에도 달러 페깅은 회복되지 않았다.
# 5월 11일 오전 8:30 : UST 0.7달러대로 다시 하락, 테라CEO “발표 임박” 트윗
권 대표는 달러 페깅을 회복할 모종의 발표가 있는 것처럼 트윗을 날렸다. 테라는 가치를 회복하는 듯했다.
블록미디어 박재형 특파원은 앞서 10일 오후 8시 42분에 ‘바이낸스 가격 폭락 루나(LUNA), UST 출금 중단 조치’ 기사를 출고했다.
바이낸스가 BUSD의 경쟁자 루나와 UST의 출금을 일시 중단한 것.
권 대표는 이 때 암호화폐 주요 투자자들을 접촉하며 외부 자금 수혈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거론됐던 투자자들은 알라메다 리서치, 셀시우스,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제인 스트리트, 점프 크립토, 넥소 등이다.
권 대표가 “임박했다”고 트윗을 날린 것은 자금 유치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 5월 11일 오후 9시 30분(뉴욕 시간 오전 8시 30분) 소비자물가 발표
뉴욕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가 압력이 완화될 경우 3만 달러 선이 무너진 비트코인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됐다.
비트코인이 반등하고, 시장이 안정되면 테라의 달러 페깅도 쉽게 회복될 것만 같았다. 권 대표가 “임박했다. 기다려 달라”고 트윗한 것도 이런 기대 심리를 부추겼다.
루나의 가치가 제로가 되지 않는 한 알고리즘에 의해 테라는 언젠가는 1 달러로 복귀한다는 ‘수학적 믿음’도 있었다.
물가 발표 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저가에 루나를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실제로 루나는 한 시간 사이에 두세 배가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연출했다. 반대 쪽에서는 루나에 대규모 숏 포지션을 거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테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루나의 발행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루나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였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 30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나왔다. 전년대비 8.3%. 시장 예상치 8.1% 보다 높았다. 증시와 비트코인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테라는 기대했던 투자 유치 소식 대신 놀라운 결정을 내놨다. 권 대표는 루나를 버리고 테라를 살리는 길을 택한다.
11일 오후 7시 59분 블록미디어는 ‘테라(LUNA) UST 1달러 복원 매입(흡수)외에는 방법 없어–권도형 CEO’ 기사를 출고한다.
루나와 테라 스왑 매커니즘을 바꿔 더 많은 양의 루나를 발행하고, 더 빠르게 테라와 스왑하게 함으로써 테라를 살리겠다는 것. 곧바로 루나가 폭락했다.
11일 오후 8시 44분 블록미디어 뉴욕 특파원들은 ‘테라(LUNA) 2달러 위협, UST $0.45 … CEO 대책 발표 효과 없나?’ 기사를 송고한다.
# 5월 12일 오전 11:41 : “제미니·블랙록·시타델, 테라 UST 폭락 조장 의혹 즉각 부인” – 시장은 ‘폭락후 차익거래’ 의심 눈초리
“제미니·블랙록·시타델, 테라 UST 폭락 조장 의혹 즉각 부인” – 시장은 ‘폭락후 차익거래’ 의심 눈초리
월가의 차익거래 투자자들이 테라를 제물로 삼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블랙록, 시타델 등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더 큰 문제는 외부 자금 수혈 실패였다. 테라가 접촉했던 투자자들은 권 대표의 손을 잡아주지 않은 것 같다.
권 대표가 루나를 버리고 테라를 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금 유치 실패에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LFG 자금으로도 페깅을 되돌리지 못했고, 외부 자금도 없다. 그렇다면 알고리즘과 앵커 프로토콜로 방어할 수 밖에 없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의 유동성을 모아두는 저수지일 뿐 디페깅을 돌려 놓을 수단은 아니다.
권 대표는 루나와 테라의 매커니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실제로 테라가 0.95 달러 근방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마지막 카드가 나온 순간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피를 흘려야 나머지가 산다.
루나-테라 매커니즘의 핵심은 루나가 0.00000001이라도 가격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시장 가격이 존재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루나의 가격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가격이 보이지 않는다면? 상장폐지라도 한다면?
“거래소가 루나를 상폐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거래가 되는 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폐로 이들이 얻는 것이 없다.”
그렇지 않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테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자신만의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있다. 경쟁자를 제거할 기회가 왔다.
바이낸스가 선제 공격에 나섰다. 명분은 블록 생성 중단과 최소 거래 단위 이하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
# 5월 13일 오전 2:38 : [1차 블록 생성 중단] 테라 블록체인 활동 공식 중단 … 거버넌스 공격 막기 위한 조치
루나 가격이 폭락의 폭락을 거듭하고, 발행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테라 블록체인은 거버넌스 공격 방어를 위해 블록 생성을 중단한다.
몇 시간 후 패치를 배포하고 블록 생성을 재개했다.
테라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잔여 UST의 소각과 루나 지원책 등을 내놨다.
# 5월 13일 오전 9:45 : [바이낸스 기습] [속보] 바이낸스 루나 상장 폐지 공지
블록 생성이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것을 지켜본 바이낸스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40분 경 전격적으로 루나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
바이낸스가 자체적으로 만든 스테이블코인 BUSD 거래쌍을 제외한 모든 거래쌍을 중단했다.
루나는 0.00000001이라는 숫자마저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권 대표의 등에 칼이 꽂혔다.
# 5월 13일 오전 11:30 : [2차 블록 생성 중단] 테라, 블록체인 다시 중단…네트워크 재구성 계획 업데이트 예정
가격 급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테라 블록 생성이 다시 중단됐다.
블록 생성이 멈추면 루나 추가 공급도 중단된다. 매도 압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진다. 수소점 이하 5자리에서 3~4배 가격 상승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테라 역시 일시적 반등을 경험한다. 생명 신호가 되돌아올 수 있을까?
# 5월 13일 오후 6:00 : 바이낸스, 테라-BUSD 거래쌍도 매매 중단
바이낸스에 이어 코인베이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바이낸스는 BUSD 거래쌍도 중단했다.
# 5월 13일 오후 11:14 : [속보] 바이낸스, 루나·테라USD 재상장…BUSD만 지원
바이낸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루나와 테라를 농락했다.
테라 블록 생성이 재개됐으나, 더 이상의 희망은 없는 것 같았다.
# 5월 14일 오전 3:45 : 테라 권도형 루나 토큰 10억개 재분배 제안 … “회복 방법 없지만 보상 해야”
권 대표는 테라 커뮤니티 개발자 그룹이 앞서 제안한 새로운 루나, 새로운 테라 재편안과 유사한 대책을 마지막으로 내놓는다.
기존 코인 홀더들을 중심으로 코인 생태계를 재건하자는 안이다.
테라의 죽음을 확인한 시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등했다. 뉴욕 나스닥 지수는 3.8% 올랐고, 비트코인도 30K를 회복했다.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올랐다.
일주일 전 시총 10위였던 테라는 33위, 루나는 213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 5월 14일 오전 9:37 : [공식 사망 선고] “UST 분산통화 실패 인정, 단 하나의 LUNA나 UST 팔지 않았다”–권도형 공식 발표
권 대표는 실패를 선언했다.
그는 “제 발명품이 모든 분들께 끼친 고통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첫 딸에게 ‘루나’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 남은 문제들
첫째, 재건은 신뢰에서 시작해야 한다. LFG에서 이동한 비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왜 LFG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둘째, 테라가 다시 일어나고 싶다면 권 대표의 리더십을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 테라 사태가 발발하자, 해시드, 차이 등 테라의 출발을 함께했던 이들은 세 번 권 대표를 부인했다.
셋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인간이 꿈꾸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성배인가? 기술적 결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3대 스테이블코인에 미칠 파장이다. 테라에 사형을 선고한 바이낸스의 BUSD, 회계 투명성 문제를 안고 있는 테더, 정책 당국과 교감하는 서클의 USDC.
이들 ‘전통적’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지배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FIAT LUX. 중앙은행 없이 신뢰만으로 스스로 빛나는 돈은 정말로 가능한가? 사토시 나카모토는 답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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