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0원대 환율 고점 확인”VS “물가에 따라 더 오를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며 1270원대로 내려 갔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고 있고,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4.1원)보다 9.1원 하락한 12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4.1원 하락한 1280.0원에 개장했다. 고공행진을 지속해 왔던 환율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4.4원, 16일 0.1원, 17일 9.1원 빠지면서 3거래일 동안 13.6원이 내려갔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영향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2일 104.897에서 17일 장중 103.895까지 내려가는 등 0.95% 하락했다. 달러화는 미 제조업 지수 둔화, 10년물 미 국채금리 약세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빅스텝’ 시사 발언으로 인한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4월 상황까지 보면 그런(0.5%포인트 인상을)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번 회의 끝나고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닌거 같다”며 “앞으로 7, 8월 우리나라 물가,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만 해도 빅스텝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 앞서 서면 답변서에서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말해 빅스텝에 선을 그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 하방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앞서 11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은행 30주년 기념행사에서 “ECB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가 중요하다”며 “3분기 초 자산 매입을 통한 대차대조표 확대를 중단하고 그후 ‘머지 않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ECB가 7월 중 10년래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인 유로존의 4월 물가상승률은 목표치(2.0%)의 4배에 육박한 7.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 상단을 누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로 봉쇄 조치를 내린 경제수도 상하이시에 대한 봉쇄를 점진적으로 풀 계획이다. 우칭 상하이 부시장은 지난 13일 “이달 중순까지 점진적으로 도시를 개방하는 한편 제한적 유동을 허용하고 지역별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꺾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 봉쇄 완화 조치 등으로 앞으로 달러 약세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현재 환율 수준이 고점이라는 전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최근 장중 1290원대까지 오르면서 올해 고점 수준이 이미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환율이 1290원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유럽중앙은행 등의 긴축 의지가 확인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소화되면서 강달러 압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있고, 국내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고환율을 더 이상 용인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려면 미 연준의 더 빠른 긴축 움직임이나 ECB의 기준금리 동결 등이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 짧게는 다음달까지 달러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최근 기록한 연고점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물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몇 번 더 연고점을 찍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미국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대 정도는 나와줘야 정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적어도 6~7월 까지는 이 정도 까지 떨어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 자체가 달러 강세로 작용할 수 있고, 다시 물가가 뛰어오를 경우 환율이 고점을 다시 세울 수 있다”며 “달러 강세를 방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유럽중앙은행 역시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달러 강세 구도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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