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외환 시장 동향 긴밀히 협의”
#대통령실 “외환시장 협력 명시 이번이 처음”
#중앙은행간 상설 통화스와프 등 협상나설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박은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에서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하면서 양국간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국이 공동선언문에 외환 시장 안정 협력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공동선언문에는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이를 구체화 하기 위해 양국 중앙은행 간 물밑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양 정상은 공정하고 시장에 기반한 경쟁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핵심적 이익을 공유하며 시장 왜곡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 같은 경우에 외환 시장에 충격 오든가 할때 양국에서 도울 수 있는 문제, 그리고 군사안보와 관계되면서도 경제와도 밀접 관련이 있는 국방 산업의 수출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상호 협의 개시해나가면서 안보와 산업에도 함께 협력 기조를 만들어나가기로 했다”며 “이제 말 뿐인 어떤 협력이 아니고 양국의 국민들, 기업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행동하는 동맹으로서 발전시켜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9일(1277.7원) 장 마감 기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7.47%나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12일 1288.6원에 마감하는 등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장중에는 1290원도 넘어섰다.
양국 정상이 이날 외환시장 안정과 긴밀한 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장에서는 한·미 양국간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진전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중앙은행 실무자들 간 물밑 협상을 갖고 미국이 5개국가와 맺고 있는 상설스와프에 준하는 채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는 국가인데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양국도 지속적으로 논의 되겠지만 통화스와프 주체는 양국 중앙은행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외환 시장에서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양국 정상의 공동 성명에 최초로 등장한다”며 “이는 양국이 외환 시장 전반의 안정화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고 협력을 다양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미국과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협의가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재정, 금융, 외환시장 안정 등 어떤 위기에도 한·미 양국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스와프’라는 용어는 경제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만 쓰는 만큼 이에(통화스와프) 준하는 한·미간 달러 교환 관련 실직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금융 시장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종료된 일시적 통화스와프의 재개 대신 한미 양국이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통화스와프를 맺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미국은 영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캐나다 등 전세계 주요 5곳과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이들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향후 양국 중앙은행이 협상을 통해 상시 개념의 통화스와프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다. 상설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맺는 것이 아닌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오해를 심어주지 않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상설 통화스와프는 위기시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맺어 놓을 필요가 높다”며 “통화스와프와 달리 항상 유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기시에 체결되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던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는 “미국도 우리와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영국, 스위스, 일본 만큼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상설 통화동맹을 맺거나 그게 어렵다면 6개월 동안 600억 달러를 빌려주는 통화스와프의 기간을 더 늘려 5년으로 가져져간다 든가 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다면, 원화가 이들 통화와 똑같이 취급 받을 수 있는 것인 만큼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가능성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다”며 “일시적인 통화스와프는 괜히 위기로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안 하느니 못하다. 결국은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어떤 디테일이 나올지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원화가 상설 통화스와프을 맺은 여타 국가들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 받지 않고 있는 만큼 상설 스와프를 체결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수출 대금 결제에서 원화가 활용되는 비중이 2.4%에 불과한 등 전세계 20위 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심리를 개선해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은 상설 통화스와프를 국제통화를 가진 국가들과만 맺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때마다 원화 급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왔지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5개국들도 달러 강세 대비 자국 통화 약세가 크거나 비슷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9일(현지시간) 종가 (102.918)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7.66%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가 11.10%로 가장 큰 폭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 8.58%, 유로화 7.48%, 스위스 프랑 6.58%, 캐나다 달러 1.46% 절하 됐다. 캐나다의 경우는 4월 0.5%포인트 빅스텝을 단행했고, 6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여타 통화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태수 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는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증표로 통화동맹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글로벌 강달러 추세이고,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도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통화스와프가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상승을 막는 역할은 할 수 있다”며 “통화스와프 외에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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