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유력…빅스텝 가능성은 낮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처음 금통위를 주재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 되고 있다.
26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5%대에 육박하는 가파른 물가 수준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 임명 이후 첫 금통위다. 이번에 인상을 하게 되면 2017년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된 후 지난해 11월, 올해 1월에 이어 두번째로 연속 인상하게 된다. 또 총재 임명 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첫 사례가 된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인상 의견이 높다. 금투협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채권 업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4명이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예상했다. 동결을 전망한 응답자도 6명이었다.
소비자물가가 5%대에 육박하면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이미 한은 연간 전망치(3.1%)를 훌쩍 뛰어 넘었다. 특히 4월 물가가 전월(4.1%) 수준을 상당폭 상회한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3.1%)대비 0.2%포인트 높아진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도 3.4%로 전월(3.2%) 보다 0.2%포인트 올라 2013년 1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 따르면 4월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년동월 대비 12.6% 늘어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급증하면서 1~10월 무역적자는 37억2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월 투자는 설비(-2.9%), 건설(0.3%) 모두 전월보다 줄었다. 4월 취업자수도 전년 동월대비 86만5000명 늘었고, 실업률도 3.0%로 전년동월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3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전월대비 0.5% 감소했고, 전(全)산업 생산은 3.1% 늘었다. 4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동기 보다 13.8% 늘었고, 백화점 매출액도 15.6% 크게 늘었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23% 주저앉았다.
반면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보다 나빠졌다. 한은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1.2포인트 떨어진 102.6으로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세 지속,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이다.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빚)’ 잔액은 전분기말 대비 6000억원 감소한 185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 잔액이 감소한 것은 2013년 1분기(-9000억원) 이후 9년 만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도 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감소한 17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처음이다. 다만, 4월 들어 다시 증가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감소 기조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0.75~1.0%, 한국은 1.75%로 미 기준금리와 상단이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은이 다음번 금통위인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남은 다섯차례의 회의 기간(6월, 7월, 9월, 11월, 12월) 중 6, 7월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는 24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12.06% 폭락했고, 코스닥도 6.03% 하락했다. 지난 19일에는 코스피가 2600선을 하회했고 코스닥도 860선까지 내려갔다. 3%대를 돌파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다시 2%대로 내려왔다.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도 다시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는 24일(현지시간) 전장보다 101.760를 기록하는 등 101선으로 내려갔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3일 장중 105.065까지 치솟으며 2002년 12월12일(고가기준 105.150) 이후 19년 5개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원·달러환율도 미 연준의 긴축 강화 등으로 지난달 12일 1288.6원에 마감하는 등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시사에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최근 다시 126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한은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5명이 전원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도 대부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빅스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4월 상황까지 보면 그런(빅스텝)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빅스텝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7, 8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 4월에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만장일치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언급한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지만 인플레를 대응하기 위해 좀더 가파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는 이 총재의 첫 데뷔 무대인 만큼 현재 우리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발언을 내 놓을지에 대해서도 채권 시장의 관심이 높다. 2011년 7월(4.0%)이후 근 11년 만에 4%대 소비자물가 전망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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