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기준금리, 중립금리보다 낮아…7, 8월 연속 인상 가능성 시사
“빅스텝 원론적 차원” 가능성 차단…기준금리, 중립금리 보다 낮아
내년초까지 4%대 물가 이어질 듯…5~7월 물가 5% 넘는 것 확정적
“물가 부정적 파급효과 선제 대응해야”
[서울=뉴시스] 류난영 박은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다고 보는 시장 예측치가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다며 중립금리 수준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오는 7, 8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언급해 시장 기대가 올라갔다고 생각하지 않고 물가가 예상보다 올라가서 당연히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간 것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 총재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가운데 금통위원 6명 전원 만장일치로 인상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은 당초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며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분간’이 어느 정도 기간 인지에 대해서는 “당분간을 수개 월로 해석하는 건 저희 의도와도 부합한다. 당장 통계청이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을 발표하는데 5%가 넘는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정도로 물가가 높다는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7,8월 금리 결정은 6월 미 연준 결정과 6,7월 물가 등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차단했다.
이 총재는 “해외 지표가 불확실한 정도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이라며 “특정 시점을 언급해서 빅스텝을 한다고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올라서 실질 이자율을 보면 현재 금리 수준이 중립금리보다 낮은 것은 분명하다”며 “우선적인 일은 중립금리 수준으로 현재 금리 수준을 수렴하게 끔 먼저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뜻하는데 기준금리 결정을 할 때 주요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총재는 물가가 내년 초까지도 4%대의 높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품목의 물가가 상당한 정도 오래 지속돼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4%대를 상당 정도 가져가다가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평균적으로는 2.9%, 3%를 예상하고 있지만 상당한 경우 내년 초까지만 해도 4%, 3%의 물가상승률이 유지된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정점이 언제인지에 관련해서는 “물가가 5~7월은 저희 판단으로 5%를 넘을 가능성이 확정되다시피 하다고 본다”며 “물가가 언제 정점일지는 유가나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교란 이런거에 따라 다른데 이런 요인이 연말 정상화 된다는 가정에서 보면 물가 정점이 상반기보다는 중반기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존 3.1%에서 4.5%로 1.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08년 7월에 전망한 4.8%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2.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수정했다.
물가 급등 속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물가 상방 위험이 있고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가가 성장률 보다 높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희 생각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고 2% 아래로 떨어지진 않을 것 같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우려하기 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다고 해도 우리 경제 여건 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리가 일반적으로 더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항상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국은 물가가 8%대로 높은 수준이고 성장률은 견고한 상황인 만큼 미국이 더 빨리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금리차가 역전이 되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나거나 환율이 오르기는 하겠지만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서 두 정상이 ‘외환시장’ 협력을 언급한 것과 관련 해서는 “외환시장 협상은 미 재무부 주관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협상 내용을 자세히 말하긴 적절치 않지만 큰 의미를 보면 두 정상은 경제상황 뿐 아니라 전략적 협조라는 큰 틀 안에서 외환 안정이 교역과 투자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기획재정부 쪽에서 이야기하고 중앙은행은 상시 협의체 가지고 있어 이야기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논의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논의는 기재부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어 말하기 부적절하다”며 “한은은 통화스와프 뿐 아니라 상시 논의하는 채널이 있는데 시장 상황과 정부 대화를 고려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면서 “금통위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물가 상방 위험과 경기 하방 위험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 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를 더 크게 예상해 선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취약 부분 어려움 커지는 것도 크게 우려하나 현 상황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 실제 물가를 더 높이고,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금융불안정이 커지는 등 중장기적으로 취약 계층에 훨씬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보다 더 긴 안목에서 물가 상승 압력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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