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이용자 보호 다양한 기능 있다” 주장
전문가 “또 다른 형태 성희롱…똑같이 심각”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메타(페이스북)가 출시한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앱) ‘호라이즌 월드’에서 한 여성이 낯선 아바타로부터 ‘사실상’ 성폭행당했다. VR 기기를 착용한 그는 자신의 아바타가 성폭행을 당하자 손에 쥔 조작기에서 진동을 느꼈다.
2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섬 오브 어스'(Sum of Us)는 전날 메타의 가상 세계에 익명 여성 연구원(21)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메타버스: 중독성 있는 콘텐츠의 또 다른 시궁창’ 체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메타버스는 게임을 넘어 현실세계와 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3차원의 가상세계로 최근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는 해당 연구원이 호라이즌 월드를 테스트하면서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연구원은 여성 아바타에 여성 음성으로 해당 앱에 접속했다.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그의 아바타는 이 가상 세계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이 연구원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머릿속이 복잡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이것은 나의 진짜 몸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아바타는 메타버스에서 파티를 즐기던 도중 다른 사용자에 의해 개인실로 끌려갔다.
이 가해 사용자는 연구원의 아바타를 파티를 볼 수 있는 창문 쪽을 보고 뒤돌아 서도록 지속해서 요구했고, 그 상태로 연구원의 아바타를 성폭행했다.
그 방에 있던 제3의 다른 사용자는 보드카 병을 들고 돌아다니며 이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출고일자 2022.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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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비영리단체 ‘섬 오브 어스’에서 공개한 영상. ‘호라이즌 월드’에 접속한 연구원이 개인 경계 기능을 해제하자 다른 이용자의 아바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사진=섬 오브 어스 영상 캡처) 2022.05.27. *재판매 및 DB 금지 |
호라이즌 월드를 만든 메타의 대변인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그 연구원이 ‘개인 경계 기능’을 설정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개인 경계 기능은 친구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아바타에서 약 120m 이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 도구다.
대변인은 “호라이즌 월드는 원치 않는 접촉을 쉽게 피할 수 있도록 해당 기능이 기본으로 설정 됐다”며 “모르는 사람에 대해선 안전 기능을 해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의 경우에도 기본 경계 기능은 기본적으로 활성화돼 있었지만 그는 다른 사용자의 권유를 받고 이 설정을 해제했다.
개인 경계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다른 아바타들은 연구원의 아바타를 사실적으로 만질 수 있게 됐다. 이는 그의 손 조작기를 진동시켜 연구원에게 ‘매우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물리적 경험’을 하게 했다.
호라이즌 월드는 지난해 12월 메타가 출시한 메타버스 앱이다. 사용자들은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게임을 하거나 자신만의 가상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로 플랫폼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의 야심을 구현하는 초기 단계의 형태다.
메타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용자를 차단하고 그를 보고할 수 있는 기능인 ‘세이프 존 버튼’ 등 가상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의 상품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좋은 경험을 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기능을 쉽게 찾기를 바란다”며 “계속 연구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안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에서 온라인 괴롭힘을 연구하는 캐서린 크로스는 연구원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지난 12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일반적으로 회사들이 온라인 학대 문제를 해결할 때 그들은 사용자들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자신들이 사용자들에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줬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상 공간의 본질을 “결국 사용자가 특정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게끔 속여 그들의 모든 신체적인 반응이 실제 3D 환경에 일어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것은 그 공간에서 감정이 더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 하나이며, 가상 현실이 인간의 신경과 심리적 반응을 실제 현실과 동일하게 촉발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상 세계에서 신체를 더듬는 것은 일반적으로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덜 심각하다고 여겨지지만, 그것 또한 단지 다른 형태의 성희롱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 신기술 연구원인 제시 폭스 교수는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성희롱이 꼭 육체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희롱은 언어가 될 수도, 가상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ars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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