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튜브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동영상 크립토랜드(Cryptoland)엔 원시적 풍경의 피지섬에 호화 빌라, 카지노, 프라이빗 클럽 등이 들어서 있는 궁극의 유토피아가 등장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다.
그러나 이 광고가 선전하는 사업이 또다른 사기극이 될 수 있다며 비판하는 등 암호화폐에 앞장서 반기를 드는 컴퓨터 전문가가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크립토 사기극 적극 비판
주인공은 몰리 화이트. 올해 28살인 몰리는 재미삼아 위키피디아에 글을 올리며 암호화폐의 미래를 칭송하는 사람이었다.
몰리가 크립토랜드 사업계획을 파헤친 끝에 회사 주소지가 세금 천국이라는 셰이셀군도로 돼 있는 등 문제가 많은 점을 밝혀냈다. 화이트는 트위터에 자신이 찾아낸 의문점을 계속 올렸고 유명해졌다.
몰리가 만든 비판과 조롱 동영상을 본 사람이 수백만명에 달했고 결국 크립토랜드 사업은 무산됐다.
화이트는 자기 웹사이트에 “웹3는 엄청나질 것”이라고 쓰면서도 각종 암호화폐 사기와 부실 운영 사례등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힌 사례들을 조사해 올리고 있다.
화이트는 “큰 회사들이 마치 큰 투자건이나 되는 듯이 사람들에게 선전하는 건 정말 역겹다. 특히 금전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에게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악랄하다”고 했다.
# 일반인 노리는 것 참을 수 없다
화이트와 친구들은 암호화폐 회사 설립자들과 그들 배후의 벤처 자본가들이 암호화폐 기술의 잠재력을 과장하면서 대규모로 아무런 규제없이 일반인들의 돈을 약취한다고 본다.
몇 년 동안이나 온라인상에서 비기(秘技)를 선보여온 덕에 화이트는 복잡한 기술과 밈으로 가득한 암호세계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으로 유명해졌다.
화이트의 비판을 받는 사람들은 화이트가 너무 냉소적이며 일부 사례를 들어 산업 전체를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이트는 사기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 기술 전문가들과 돈많은 사람들이어서 몇 년 동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감당도 못하면서 돈을 넣고 있다. 가난을 벗어날 기회로 생각하든가 드디어 최저임금 직업을 그만둘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저축을 날린다”
# 엑시 인피니티 등 비판
화이트가 올린 글들은 대부분 중산층을 노린 프로젝트에 관한 것들이 많다. 장문의 글에서 악마처럼 꼬인 복잡한 구조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암호화폐 기반 게임으로 돈을 번 필리핀회사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다.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들이 대서특필됐지만 이 회사는 해킹을 당했고 수천명이 6억2000만달러(약 767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화이트는 당시 “이런 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다. 위험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돈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생활비를 잃은 사례들”이라고 썼다.
위키피디아 운영자인 앤드류 리는 화이트가 매일 올린 짤막한 글들이 암호화폐를 깊이 고민할 여가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 비판적 견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 언론, 제 역할 못한다
화이트를 비롯한 비판가들은 기존 언론들이 정확한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일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피라미드 구조라는 것을 간과하고 엄청난 기술 혁신인 것처럼 전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관련 매체들은 이 분야와 관련돼 있고 금융매체들도 자산에 속하는 것처럼 본다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를 둘러싼 대립전선이 선명하게 형성돼 있다. 지지자들은 인쇄기술이나 대서양 횡단과 같이 세상을 바꾸는 기술로 보는 반면 비판자들은 그런 유토피아적 환상이 어두운 현실을 가린다고 말한다.
화이트는 추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암호화폐에 모든 것을 건 부유한 투자자와 기업가들과 달리 예외적인 존재다.
일부에선 몰리가 암호화폐에 대한 공포, 불확실성, 의심(FUD, fear, uncertainty, doubt)을 퍼트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욕설을 하면서 “평생 가난뱅이로 살아라”라는 조롱도 한다. 화이트는 이를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인터넷에선 사람들이 고약하다”는 것이다. 또 기술의 잠재력을 믿다가 돈을 잃은 보통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도 말한다.
화이트는 “암호화폐를 샀다가 재산을 날린 보통 사람들을 보면서 고소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짓 약속을 믿고 돈을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