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해 무역수지가 연간 158억 달러 적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상·재정수지 모두 적자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의 경우 삼성전자 등 12월 결산법인의 외국인 투자자 배당 지급으로 배당소득 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이미 재정수지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1~4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66억 달러에 이르는 등 4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세수입에 세외수입 및 기금수입을 포함한 총수입은 170조4000억원, 재정지출은 20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3조1000억원 적자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4월 누적으로는 무역수지 적자가 66억19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4월(-70억1850만 달러)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1월 47억34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낸 뒤 2월 8억9200만 달러 흑자로 반짝 흑자를 기록했다가 3월 1억1500만 달러 적자, 4월 26억6000만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선 데다 중간재 수입이 늘면서 역대 4월 기준 최대 수입을 기록한 영향이다. 원유가스석탄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월대비 70억9000만 달러 급증한 148억10000만 달러였다.
올해 무역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올해 연간 무역수지를 158억 달러 적자로 예상했다.
상반기 118억 달러 적자, 하반기 40억 달러 적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3억 달러)보다도 적자 폭이 더 큰 수치다. 역대 가장 큰 무역적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 달러) 이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가 핵심인 경상수지 역시 4월 적자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흑자 규모는 6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흑자폭이 7억7000만 달러 축소됐다.
특히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월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53억1000만 달러로 흑자폭이 전월보다 25억4000만 달러 축소됐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경제 충격을 막아줄 재정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70조8000억 원으로 적자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재정수지는 이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지난 1차 추가경정예산(16조9000억원)에 이어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2차 추경(62조원)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정 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재정수지’에 이어 대외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현실화 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쌍둥이 적자’에 진입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4월의 경우 삼성전자 등 12월 결산법인의 외국인 투자자 배당 지급으로 배당소득 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배당액을 크게 늘렸던 2019년부터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여 왔다. 지난해 4월의 경우에는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흑자폭이 1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상반기 210억 달러, 하반기 290억 달러 등 연간 500억 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1~3월 경상 흑자 규모가 15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은 추정대로라면 남은 4~6월 동안 경상흑자 규모는 59억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한 달이라도 적자가 나올 수 있단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4월의 경우 전년도 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투자자 배당 지급으로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본원소득수지가 크게 줄어드는데 이로인해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쌍둥이 적자이긴 하지만 일시적인 것이고, 계절적 요인인 만큼 경제충격이 오거나 하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거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4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상품수지는 양호하기 때문에 5월부터는 다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품수지는 무통관, 가공무역, 중계무역 등도 고려해야 하고, 선박운임과 보험료, 가동무역 등도 제외해야 하기 때문에 무역적자라고 해서 상품수지가 꼭 적자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월의 경우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있어 ‘쌍둥이 적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경우 상품수지 적자로 이어져 추세적으로 ‘쌍둥이 적자’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의 배당금 청구 수요가 있어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수 있다”며 “다만,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해도 서비스수지 등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현재까지는 경상적자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해외 관광이 완화되고 있어 서비스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경우 쌍둥이 적자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 가격 단가가 오르고 있어 당분간 무역적자가 불가피하고 재정 적자도 확대되고 있다”며 “경상수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현재도 ‘쌍둥이 적자’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수지 적자가 무역수지 적자 압력을 높이고 있고, 원화 가치 역시 최근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어 경상수지에도 부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재정 확대 기조가 바뀌지 않고 있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져 당분간 ‘쌍둥이 적자’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적자 규모가 작아 ‘쌍둥이 적자’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김바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연간 158억 달러 규모로 내다봤는데 이 정도 적자 규모로는 경상수지 적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무역수지 중 해외운임료, 보험료 등 제반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2~10% 정도 되는데 이를 제외하면 상품수지가 흑자가 나온다”며 “아직까지 서비스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아 쌍둥이 적자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