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다시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룻 새 15원 가까이 급등하는 등 3거래일 만에 다시 1250원대로 올라섰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37.2원)보다 14.9원 급등한 1252.1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1.6원 상승한 1248.8원에 개장해 장중 한 때 1254.7원까지 올라갔다. 달러 대비 원화가 1230원대로 내려선 지 3거래일 만에 다시 1250원대로 복귀한 것이다. 환율은 미 경기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등에 따른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30일 17.6원이나 빠진 1238.6원까지 내려선 바 있다. 이날 하락폭 대부분을 되돌림 하는 장세를 보였다.
달러화도 경제 지표 호조로 인한 국채금리 급등에 다시 102선으로 올라서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76% 상승한 102.570을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보이면서 달러 상승 폭보다 원화 가치가 더 큰 폭 내려가는 등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1.3% 증가한 615억2000만 달러, 수입은 32.0% 늘어난 632억2000만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17억10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면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간 밤 발표된 미 경제 지표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 발언 등에 주목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1일(현지시간)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전망치(54.5%)를 상회한 56.1로 발표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4월(55.4)에 비해서도 0.7포인트 오른 것이다. 연준 베이지북은 대부분의 지역에서(12곳 중 9곳)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경기 성장폭은 다소 둔화될 수 있으나 여전히 견고하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가능성과 타이트한 고용 완화 가능성 등을 언급해 미 경기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에 따라 긴축 기대감이 다시 높아졌다.
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통화정책 속도 조절 가능성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만나 “인플레이션 해소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응하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1일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물가 안정시까지 적극적 금리인상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연준의 대표적 매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멤피스 경제클럽 연설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대해 일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유로화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로 하락했고 캐나다 달러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빅스텝 결정, 추후 추가인상 가능성 시사 등에 상승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위안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화 환율이 1일(현지시간) 6.68위안선에서 거래되는 등 소폭 상승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주요 지수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6.89포인트(0.5%) 하락했고,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역시 각각 30.92포인트(0..75%), 86.93포인트(0.72%) 빠졌다.
긴축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같은 날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65% 상승한 2.909%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2.92% 급등한 2.647%를 기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투자 심리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등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 경기침체 우려에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긴축 의지를 재확인 하면서 6,7월 0.5%포인트 인상 빅스텝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합의하면서 유로존 경기 둔화 부각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점도 작용했다”며 “미국의 긴축 속도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이 확인되는 6,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이 같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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