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청년·신혼부부 내 집 마련 위한 금융 문턱 낮춰
기준금리 추가 인상·시장 안갯속 계속…주택 매수 ‘위축’
대출 금리 6~7%·집값 조정 국면…”매수 효과 크지 않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오는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지역과 주택 가격별로 60~70%를 적용했던 LTV를 8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았다면, 오는 7월부터는 4억원(LTV 80%)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생애 최초를 비롯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대한 금융 문턱을 낮췄다. 청년층의 경우 대출받을 때 미래에 늘어날 소득을 반영하기로 했다.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소득이 3000만원인 20대 직장인이 9억원의 서울 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구매하면 LTV 80% 이하, 미래소득 인정 등을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오는 8월부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의 최대 만기도 청년·신혼부부를 기준으로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된다.
청년·신혼부부 요건은 만 39세 이하 및 혼인 7년 이내 부부로, 금리 연 4.4%로 5억원을 대출받으면 40년 만기일 경우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 때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06만원으로 약 16만원 낮아진다.
정부의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금 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문턱을 낮춰 현금 부자가 아닌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선 LTV 완화를 해도 규제지역은 대상 주택(9억원)과 한도 기준(4억원)이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치솟은 집값과 높은 금리로, 주택 구매 여력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8250만원으로, 2016년 말 5억9828만원 대비 80.9% 급등했다. 또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도 7억7414만원으로, 5년 전 3억9860만원의 2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시세 6억원 이하 주택 수도 급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7.7%(9만3474가구)에 불과했다. 2017년 4월 63.5%(79만6793가구)에서 대폭 줄었다. 강동, 광진, 동작, 성동, 송파구는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0%대로 떨어졌다.
또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지난 10일 시행된 가운데 기존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매물이 늘었으나,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과 주택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 대기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단기간에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종합부동산세 세금 부담 강화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하더라도 내 집 마련 수요 증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출 규제 완화는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의 대출 확대를 통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청년층의 주택 매수 여력이 늘어나더라도 실제 매수세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한 데다, 집값도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대출 금리가 6~7%에 이르고,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되면서 빚을 내면서까지 내 집을 마련하려는 매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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