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7월 인상 가능성
“먼저 인상 했지만…더 이상 선제적 아냐”
“실기하지 않도록 정책 운영해야”
경직된 위계질서 없애려면 소통방식 바꿔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금리인상 시기를 놓칠 경우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오는 7, 8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창립 제72주년 기념사’에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8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린 것에 대해서도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3% 수준의 오름세를 나타내었을 당시 우리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더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며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기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성장과 물가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운용의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변화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경직된 위계질서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통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구성원간 소통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어느 직급이든 격의 없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상사의 업무지시가 불명확하거나 비합리적일 때 상사에게 다시 물어보거나 다른 의견을 건의하기보다 윗사람의 생각을 짐작해 그에 맞추려고 애쓰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그래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로 존중하면서도 업무에 관한 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조직내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며 “저 또한 조사역이 저와의 점심 자리에서 ‘지난번 총재님 연설문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경직된 위계질서를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국가경제 씽크탱크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수요자 중심의 ‘고객 마인드’가 없다 보면 아무리 많은 보고서를 만들어도 외부 사람들은 알 수도 없고 찾지도 않는 내부용 보고서에 그치고 만다”며 “한은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행여 정책적 함의나 대안 제시가 불러올 논쟁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현황에 대한 단편적, 기술적 분석으로만 끝내려는 경향은 없었는지 자문해 보자”고 말했다.
직원들의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이 총재는 “삶의 질, 생활의 질이 균형있게 보장되어야 하며, 이는 급여나 복지수준에 대한 만족도가 전제되어야만 구성원들이 높은 자긍심과 의욕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제약이 있겠지만 총재로서 개선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 작은 부분까지 최대한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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