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혈맹’ 사우디와 껄끄럽던 관계 개선 주목
[워싱턴·런던=뉴시스]김난영 특파원, 이지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언론인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를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후 눈에 띄는 관계 개선 행보로 풀이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7월13~16일 중동을 순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순방 일정을 시작, 이후 GCC+3(걸프협력회의+이집트·이라크·요르단) 정상회의가 열리는 사우디를 찾는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 목적을 “이스라엘의 안보·번영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약속을 강화하고 GCC+3에 참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의 안보와 경제, 외교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역내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이다. 무엇보다 순방지에 사우디가 포함된 점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에 줄곧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사우디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값을 치르게 하겠다며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에는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 작전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동 혈맹이던 사우디와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했다. 최근에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해 9월 자국을 방문 중이던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고성을 질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관계 개선 및 기존 기조 선회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방문에 앞서 미국에서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4월 비공개로 사우디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가능성은 최근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전 세계적인 유가 고공 행진 국면에서 고유가 대응 일환으로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와 관계 개선이 이뤄지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사우디 방문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 역내, 세계 문제를 논의하는데, 여기에는 예멘 문제와 역내 경제·안보 협력 확대, 인프라, 기후 이니셔티브 및 이란 위협 대응, 인권, 그리고 세계 에너지·식량 안보가 포함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우디로부터의 약속은 에너지에 관련해 해야 하는 일과는 어떤 관계도 없다”라며 “사우디에서 열리는 더 큰 회의”가 방문 이유라고 설명했었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도자 회담, 한국·일본 순방, 쿼드(Quad) 정상회의, LA 미주 정상회의 주최, 내주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차 유럽 방문에 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는 안보 논의와 함께 팔레스타인 당국과의 협의를 위해 서안 지구도 방문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기회와 자유, 안보의 동등한 조치라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반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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