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가 2007~2009 금융위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
‘최대 고용’ 집중해 인플레 대응 미룬게 물가상승 부추겨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이 41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새로운 위기가 닥쳤음에도 낡은 전략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분석, 보도했다.
WSJ은 최근 몇 주 동안 바이든 정부와 연준 고위 관리들이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데 있어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음을 지적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WSJ은 우선 연준과 바이든 정부가 실수한 배경에는 경제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연준 관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관련한 규제가 2007~2009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전 금융위기 당시의 정책 전략을 새로운 코로나 위기에 적용했다. 연준은 저금리 정책들을 적용했고 성급하게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부양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를 시작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 달러 규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코로나 경제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금융 위기는 주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수요를 위축시켰지만 대유행은 공급을 감소시켜 원자재, 화물 컨테이너, 근로자, 반도체 등 컴퓨터 칩의 지속적인 부족을 초래했다.
실업률은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은 정책 입안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반등했지만 그들은 낡은 전략을 고수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악화시켰고 인플레이션 상승에 도움을 줬으며 이 결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에 달했다.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기업, 정부의 총지출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조정 없이 수년간 위기 추세를 밑돌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 1분기에는 경기 부양책의 영향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추세(연간 약 1조 달러)를 5% 초과했다고 WSJ은 전했다.
출고일자 2021. 10. 26
|
[커니=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커니의 교통 정비 단지를 방문해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의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로 재건하자”라며 초당적 인프라 법안과 사회복지성 지출 법안 통과를 강조했다. 2021.10.26. |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의 노력이 잘못된 위기 대응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전쟁에서 싸웠다”고 말했다.
공화당원이자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연준의 감독직 부위원장을 맡았던 랜달 퀄스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전례가 없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규모와 기간을 예측하지 못하는 불운도 있었다.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 관련 봉쇄책 등이 가뜩이나 나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단지 미국의 정책 실수 때문만은 아니다. JP모건은 올 연말 인플레이션이 독일 7.2%, 영국 8.8%, 캐나다 6.1%, 미국 6.8% 등의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을 보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백악관 관리들은 이러한 자극이 실업률을 빠르게 4% 아래로 끌어내리는데 도움이 됐기 때문에 대응에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높은 실업률을 피하게 만들었다.
브라이던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국장은 “우리 경제는 역사적으로 강력하고 공평한 노동시장 회복과 인류 고통에 대한 역사적 감소로 전 세계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후퇴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제 그들은 불황의 새로운 위험을 수반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잘못된 계산을 바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년 전 연준 관리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조치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까지 2.1%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그것보다 두 배 높은 수치를 예상하고 있고 2025년 전에는 그들의 인플레이션 2% 목표치로 돌아갈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올해 들어 금리를 0.75%p 인상했고,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75%p 인상이라는 소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그렇다. 금리를 더 일찍 올리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일 자신과 다른 정부 관리들이 1년 전 국민들에게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확신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실수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워싱턴에서 이러한 인정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입법 처리 우선순위도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한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올가을 중간선거에서 참혹한 패배를 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출고일자 2021. 01. 26
|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11월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2021.03.17. |
연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최대 고용’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0’으로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6월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기 시작했을 때 연준은 당시 실업률이 5.9%에 불과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에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실업률을 더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연준은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재무부 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이며 부양책을 더하고 있었다.
파월 의장은 2013년 나타났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의 재현을 우려해 당장의 경기부양책 종료가 아닌 점차적으로 계획을 축소하는 대응을 했다. 연준은 11월부터 지난 3월 사이에 채권 매입을 단계적으로 줄이며 테이퍼링에 들어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테이퍼링이 우리를 이 곤경에 빠뜨린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끝낼 때까지 이륙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충분히 빨리 시작하지 않았고, 충분히 빨리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퀄스 전 부위원장은 “연준이 지난해 9월 채권 매입을 줄이기 시작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열린 공개 행사에서 “어떤 면에서는 역사가 연준을 약간 잘못 조종했을 수도 있고, 재정 정책도 잘못 조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정책 입안자들은 금융 위기 이후부터 긴축의 교훈을 너무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