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테라 사태에서 시작한 암호화폐 시장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TVL(총 예치자산) 694억 달러(90조 원)에 달하는 디파이 시장이 연쇄 청산 위기에 노출됐다.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은 특정 고객(지갑)의 청산 가격을 공개했다. 해당 포지션이 강제 청산 당할 경우 프로토콜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커DAO는 아베(Aave)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등 연쇄 청산 위험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극약 처방을 내렸다.
# 디파이, 새로운 뇌관
테라 사태, 셀시우스 뱅크런, 쓰리애로우캐피탈 파산 위기 등은 개별 프로젝트나, 펀드 단위의 ‘사고’다.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위험과는 다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2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암호화폐 시총이 1조 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연쇄 청산이 시스템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청산 과정에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면서 디파이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디파이 라마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각종 디파이 프로젝트의 TVL은 694억 달러다. TVL은 지난해 말 2510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TVL이 급속히 빠져나가더라도 ‘질서 있는 축소’라면 디파이 시스템을 보존할 수 있다. 이번 연쇄 청산이 그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솔렌드, 고객 포지션 공개
솔라나 최대 디파이 프로젝트인 솔렌드의 경우 시스템 보호를 위해 특정 고객의 포지션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해당 고객은 솔렌드의 솔라나 예치액의 95%를 차지한 초대형 고래다. 이 고래가 솔라나를 담보로 빌려간 자금이 손렌드 대출의 86%에 달한다.
통상의 금융기관이라면 이런 대형 고객은 특급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솔렌드는 솔라나 가격이 22.27 달러에 도달하면 이 고객 자산이 강제 청산이 된다고 공개해버렸다.
솔렌드에 너무 큰 위험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청산 위험을 경고한 것.
솔렌드는 솔라나 기반 디파이 중에서는 가장 크다. TVL이 2억5600만 달러다. 그러나 전체 디파이 시장으로 보면 34위 권에 불과하다.
다른 대형 디파이 프로토콜이 처한 청산 위험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어느 정도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도 없다.
# 메이커DAO, 아베와 거래 중단
디파이 프로젝트 중 TVL이 가장 큰 것은 메이커DAO다. 74억 달러에 달한다.
메이커DAO는 거버넌스 투표를 거쳐 아베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메이커DAO 위험관리팀은 아베 이더리움 v2에서 2억 개, 셀시우스에서 1억 개의 DAI를 빌려갔으며, 대부분 stETH를 담보로 했다고 밝혔다.
이 물량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DAI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베는 디파이 프로젝트 중 TVL 순위 2위다. 51억 달러의 자금이 아베 프로토콜에서 돌아간다. 디파이 1위와 2위가 서로의 시스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거래를 중단한 것이다.
# “나는 안전하다” 부인에서 “대비하라” 고백으로…생존 기로
연쇄 청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각 프로젝트와 대출 플랫폼들은 “우리는 안전하다. 그들과는 거래 관계가 없다”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메이커DAO와 솔레나 사례처럼 선제적으로 “위험에 대비하라”고 공개하는 프로젝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행동이다. 중앙 감독 기구의 감독을 받는 레거시 금융회사들이 취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은행, 증권, 보험사들은 위험가중 자산 비율을 주기적으로 공표한다. 지금까지 디파이는 위험 측정 지표도 없었고, 공개도 하지 않았다.
디파이 시장은 놀라운 성장 속도와 효율성 때문에 레거시 금융시장과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전형적인 레거시 금융회사의 위기 대응법을 따르고 있다. ‘부인→ 경고→ 위험 지표 공개’로 대응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디파이 시장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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