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주력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시장 부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면서 이들 3개 중앙은행이 겪는 어려움은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물가 변동과 같은 저확률-고위험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막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지난 15일 인플레이션이 1개월 이상 잡히지 않으면 “승리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는 경기 침체의 초기 또는 시작 직후에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때문에 연준은 긴축을 중단하기가 어렵다.
파월의장은 경험적으로 적정한 금리 수준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연준은 문제가 생길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15일 ECB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루는 비상회의를 개최했다. ECB는 이탈리아 채권 금리 급등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독일보다 2.48%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ECB가 개입한 뒤 하락했다.
10년 전 ECB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재직 때와 달리 불이 붙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경기진작을 위해 발행한 채권 중 만기가 이월된 채권은 소액에 그쳤다.
ECB는 “퍼편적 대응”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에는 정치가 개입돼 있어 실현이 쉽지 않다. 부유한 북유럽국가들은 문제가 발생한 나라들에 자금을 투입하는 걸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채권 발행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나라들은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R) 관리 아래 놓이는 정치적 재앙을 우려한다.
다른 나라들의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ECB가 이탈리아에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해야 다른 나라들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과거에 경험한 것처럼 이탈리아도 디폴트에 빠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유럽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미국과 다르다. 임금이 폭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이 미국처럼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경우 회복이 늦은 이탈리아 경제는 국내총소득(GDP)의 150% 수준인 정부 부채의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이탈리아의 디폴트 위험을 높이고 이탈리아 국채 수요를 줄인다. 이걸 방치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일본은행도 경기부양 노력을 펴고 있지만 ECB보다는 나은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채권 금리 상한선을 해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은행은 채권을 무제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상한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지지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일본은행은 전에 없이 많은 채권을 사야만 할 수 있다.
일본은 선진국가운데 금융완화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이래 인플레이션이 2% 이상으로 처음 올랐지만 거의 전적으로 전세계적인 유가와 식품가격 상승 때문이며 임금 상승 압력도 크지 않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외하면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 연 0.8%에 불과해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일본은행이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커지며 채권 금리도 달라진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2015년 통화량 상한선을 해제하면서 일부 헤지 펀드들이 이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걸었다가 파산한 사례도 있다.
일본은행의 비중은 스위스 중앙은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주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 스위스 프랑가격이 급등했다.
중앙은행들이 잘 대처해 암운이 가실 수 있다. 그러나 큰 실수를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투자자들이 이 점을 조심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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