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금안기금’ 부활
금리인상·물가상승 등 경제 복합위기 고려
예금보험공사에 설치 위해 ‘예보법’ 개정
‘모럴해저드’ 막기 위해 엄격한 수익자 부담원칙
예보가 지급보증 서면, 금융사가 수수료 지불하는 방식
예금보험기금 일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정부가 ‘제2 금융안정기금’ 조성을 추진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악화할 경우 선제적으로 금융지원한다는 취지다.
최근 금리인상·물가상승 등 경제 복합위기 조짐이 나오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금융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금융안정기금이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에 조성됐다면, 이번엔 예금보험공사에 설치될 계획이다.
◆경기침체 우려에…금융안정기금 부활하나
2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예금보험공사에 금융안정안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안정기금은 부실 가능 금융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금융 리스크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기금은 2009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에 조성됐다. 다만 일몰 기한으로 2014년 12월 폐지됐다.
금융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실물경제 위험이 금융권으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해 금융안정기금 부활을 검토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 대신 기간산업안정기금과 재난지원금으로 실물경제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택했다.
최근 들어 정부가 금융안정기금 조성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실물경제의 복합 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이자와 물가 상승에 따라 중저신용자의 부실이 저축은행·카드사 등 비은행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비은행권 리스크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부실 여신을 대비해 충당금 확대를 유도하고, 유동성 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자금조달 활로를 찾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 때 금융안정기금처럼 유명무실한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모럴해저드’ 방지
이번 금융안정기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조성될 예정이다. 무분별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모럴해저드’ 가능성을 막자는 취지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예금보험공사가 지급 보증을 서고, 금융사들이 보증 수수료 성격으로 일정 비용을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하는 것이다. 또 기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한 금융사가 아닌 여러 금융사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때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예금보험기금 일부를 금융안정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예금보험기금은 금융사가 도산했을 때 예금자의 예금을 보전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이를 위해 부보 금융사들은 정기적으로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고 있다.
예금보험기금과 금융안정기금의 성격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해도 괜찮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현재 부보 금융사들은 자신들이 예금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음에도 예금보험기금의 활용도가 낮은 점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안정기금을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보다 예금보험공사에 설치해 예금보험기금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다만, 부실 금융사를 무조건 퍼주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반에 따라 금융사들도 공동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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