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을 넘어섰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7.3원) 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개장했다. 장 시작부터 전날 기록한 연고점(1297.9원)을 하루 만에 다시 경신하더니 1302.8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오전 10시 50분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 1296.60원으로 1290원대로 내려섰으나,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결국 1300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가와 저가간 6.2원의 차이를 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 안정 노력과 시장 내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간 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04원까지 오르는 등 먼저 1300원을 넘어섰다.
달러화는 소폭 하락했다. 2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0.22% 하락한 103.980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증거를 볼 때까지 금리 인상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인플레 압력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 상당히 더 어려워졌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
미 연준은 지난 14~15일 열린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다음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매도가 이어지면서 높아진 달러 환전 수요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증시는 전날에 이어 4%대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2% 내린 2314.32에 마감해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36% 하락한 714.38에 마감해 하루만에 다시 연중 최저점에서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692억원 순매도 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759억원 순매수 했다.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933억원이 빠져나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경기침체 우려가 촉발한 위험자산 포지션정리, 역송금 수요 유입에 1300원을 넘어섰다”며 “파월 연준 의장이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밤사이 채권과 엔화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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