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인하해도 시장금리 올라
금융위도 “금리 인하 여건 어려워”
정보 확대 의미에도…소비자 활용은 ‘글쎄’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들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매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금리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금리산정체계를 개선하면서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 압력이 커졌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가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소비자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는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비교 공시하고, 공시 주기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출금리는 금리산정에 관한 은행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합리적 절차 및 근거에 따라 산정될 수 있도록 기본원칙 중심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가산금리 세부 항목 산출 시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않도록 업무원가, 리스크프리미엄 등 산출 절차, 반영 지표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정보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별 비교로 인한 금리 인하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금리를 세분화해 공개하면 은행들이 타행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금리를 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산금리가 낮아지고 평준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가산금리 산정체계가 정비되면서 통일된 기준이 만들어지면 은행의 전략에 따라 자체 기준을 적용할 때보다 전반적으로 가산금리가 낮아지는 효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은행 간 조달 비용 차이가 있겠지만 공시를 통해 서로 비교하면 ‘눈치 보기’로 가산금리가 평준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다만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시장금리가 오르는 만큼 대출금리가 낮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산금리를 낮추고 은행별 이자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보다 늦출 수는 있어도 시장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는 시장금리가 1순위”라면서 “그 외에 개별 은행의 경영전략이나 금융당국의 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시장을 역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공시제도 개편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지금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과정에서는 대출금리라든지 예대금리차가 인하될 수 있는 여건은 솔직히 조금 어렵다”면서 “이번 대책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이자가 확대되고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조금 제어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될 정보를 개별 금융소비자가 대출 결정에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다수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공개되는 정보도 일반 고객이 얼마나 보고 있겠느냐”며 “금융 정보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직접적인 혜택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제도의 취지는 금융소비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나 대다수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게 한계”라고 짚었다.
이번 개선안에 따른 예대금리차 공시는 7월 신규취급액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해오던 예대금리차 공시를 더 자주, 세부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침에 따라 관련 부서에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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