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대형 거래소와 중소형 거래소가 모두 가입된 유일한 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자산 관련 협회들의 옥서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가산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일제히 한국블록체인협회에 공동 탈퇴 의사를 확인하고 협회를 나오기로 했다. 업비트, 빗썸 등 일부 거래소들은 이날 바로 탈퇴서를 제출했다. 협회 운영의 주축이 되던 주요 거래소들이 협회를 빠져나오면서 사실상 한블협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블록체인협회(한블협)는 50여 곳의 회원사를 둔 블록체인 업계 최대 단체로 2018년 설립됐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뿐 아니라 중소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보안회사 등 각종 기술업체가 정회원으로 가입한 협회다.
한블협에서는 5대 거래소가 탈퇴로 협회가 당장 해산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협회 해산을 위해선 회원사 과반수가 참석한 총회에서 참석자의 4분의 3이 해산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5대 거래소의 탈퇴는 사실상 협회 해체로 보고 있다. 한블협에서는 일반 회원사의 경우 연간 최대 1000만원의 회비를 받았으나, 이사회로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에는 연간 억 단위의 특별회비를 받아왔다. 5대 거래소 중에서는 업비트·빗썸·코인원 등이 포함돼 있다.
5대 거래소 쪽에서는 협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오면서 터진 것으로 풀이된다. 5대 거래소 관계자는 “한블협에는 블록체인 내 다양한 업계가 모여 있어 거래소와 협회가 원하는 방향성이 달랐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정식 협회로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당국에서도 협회를 통해 업계를 모으기보다는 거래소를 직접 불러왔다”고 토로했다.
다만, 대형 거래소들의 탈퇴로 거래소간 체급차이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대형거래소와 중소형 거래소들은 지난해 9월 특별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되면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만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한 사업자로 분류되고 나머지 거래소들은 코인마켓(가상자산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 사업자로 나뉘며 양극화가 극대화됐다.
5대 거래소가 지난달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출범하면서 중소 코인 거래소가 가입한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와의 양자대립구조가 형성됐다. 아울러 지난달 금감원이 5대 거래소만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협회의까지 구성해 운영하기로 하자,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하는 것 아니냐며 중소형 거래소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강성후 KDA 회장은 “특금법에 의해 금융정보분석원 신고수리를 받은 거래소들이 모두 26개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협의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마치 5개 원화 거래소들만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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