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무회의서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개인 알아볼 수 없을 정보로 처리해 복원 불가능하면 개인정보 파기로 인정
그동안 규제샌드박스 통해 임시 조치…이번 개정령으로 규제 완화 제도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과징금 산정 시 경제상황·정보주체 배상 정도 고려 가능토록 변경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앞으로 블록체인 등 신기술 분야에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처리해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한 경우에도 개인정보를 파기한 것으로 인정된다. 현행법에서는 개인정보 파기방법으로 ‘영구 삭제’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금융·에너지·헬스케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정보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달 중 공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블록체인 등 신기술 특성에 맞게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그간 블록체인 특성상 개인정보를 삭제한다고 해도 일부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이 경우 영구 삭제만을 허용한 현행 법으로 산업계의 애로가 컸던 점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이다.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를 서버 한 곳이 아니라 블록에 담아 분산,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IT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에 담긴 개인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일부 정보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삭제했기 때문에 사실상 정보로서 가치는 없다.
하지만 현행 시행령에서는 개인정보 파기방법으로 ‘영구 삭제’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금융·에너지·헬스케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제도를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 대한 시험·검증을 진행해 왔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처리해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한 경우 개인정보를 완전 삭제한 것과 같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정보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그동안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임시적으로 허용해왔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이 같은 규제 완화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과징금 산정 시 경제상황·정보주체 배상 정도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추가로 감경하거나 위반행위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동안 과징금 산정 시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제상황, 소상공인 등의 경미한 과실 등에 대해서도 과징금 감경 및 면제 규정이 없어서 유연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징금 산정 시 경제상황, 피해 배상 정도, 부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전 과징금에 비해 최대 90%까지 추가로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객관적으로 과징금 납부능력이 없는 경우 ▲위반행위의 내용·정도가 경미하거나 소액인 경우 ▲본인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잘못 인식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과징금 감경 및 면제에 관한 개정규정은 세부 부과기준(고시) 개정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3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최장혁 개인정보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개인정보 분야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규제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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