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통화량 3696조9000억…증가폭 둔화
#금리인상에 ‘역 머니무브’ 본격화
#”다음달도 증가세 지속할 듯…증가폭은 축소”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시중에 풀린 돈이 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만기가 짧은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쉽게 인출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에 넣어둔 영향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해 예적금에 넣는 ‘역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5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5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96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9조8000억원(0.8%)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9.3% 증가해 전월(9.4%) 보다 증가폭이 둔화됐다. M2는 2021년 1월(10.1%) 부터 15개월 동안 두 자릿 수 증가한 후 4월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꺾였다. 이후 2개월 연속 한 자릿 수 증가하고 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시중 통화량이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만기가 짧은 예·적금이나 요구불예금 등으로 자금이 옮겨간 영향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은행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닌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 수익률이 크게 감소하면서 여기에서 돈을 빼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만기가 짧은 정기예적금이나 요구불예금 등에 일시적으로 넣어둔 영향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예·적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 머니 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21조 늘고, 요구불예금도 7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채는 3조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은 개인들이 기업들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을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넣어둔 영향이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8조1000억원)은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도 2조1000억원 줄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시장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현상 등으로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12조1000억원(0.7%) 늘어난 180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부문의 통화량도 운전자금 대출 증가로 전월대비 13조7000억원(1.3%) 증가한 109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기타부문의 통화량도 7조9000억원(4.0%) 늘어난 20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정 차장은 “기업의 경우 금융지원 및 운전자금 수요 관련 대출 증가 등으로 늘었고, 기타부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 집행자금 등이 지자체에 유입되면서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은 1373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7000억원(0.5%) 늘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8.7% 늘어 지난해 2월(26.0%) 이후 15개월 연속 증가폭이 축소됐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
정 차장은 “정부의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도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시중 통화량은 다음달에도 증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감소 전환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년동월대비로 봤을때 M2 증가폭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꺾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M1도 증가폭이 축소되고 있어 시중 통화량 증가폭이 둔화되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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